[새 정부 정책]⑪'권력 분산·견제·독립'…정치개혁 드라이브

입력 2017-05-10 18:01
[새 정부 정책]⑪'권력 분산·견제·독립'…정치개혁 드라이브

文대통령, 취임 일성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

"권력기관 정치로부터 독립…어떤 기관도 무소불위 권력 행사할 수없게 견제"

'블랙홀' 논란 딛고 개헌 논의 띄울지 관심…野와 협치도 임기 초반 최대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적폐청산'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만큼 청와대를 위시한 정치·권력구조 개편에 집권 초기부터 강한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특히 권력 구조 개편의 최고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개헌은 임기 초반 핵심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개헌 논의에 수반되는 '블랙홀' 논란 극복과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입법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 발휘 등이 문 대통령의 임기 초반에 놓인 주요 시험대로 관측된다.



◇ 취임 일성은 권력간 분산·견제·독립 = 문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권력의 분산과 견제, 독립에 방점이 찍혀 있다. 헌법에 명시된 삼권 분립의 원칙을 충실히 지키는 것을 통해 그간 정부에서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 제도의 전철을 뒤따르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취임 선서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다.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게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 등 5부 요인을 면담한 자리에서 "지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20년 전체를 놓고 돌아보며 성찰해야 할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 또는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했던 모습은 헌법에 정해진 삼권 분립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연히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면서 또 협력하고 한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법부의 독립도, 또 내각도 제가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 그렇게 해서 권한을 다 나누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권력의 실질적 분산과 견제를 이루기 위한 문 대통령의 구체적 청사진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 권력 기구인 청와대를 어떻게 개편할 지도 주요 관심거리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중앙청사로 옮기고 대통령 관저를 광화문 인근에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파격적인 청와대 개편 공약을 내놓은 만큼 그 구체적 방안과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임기 초반 '블랙홀' 논란 딛고 개헌 논의 띄울까 = 권력 구조 개편 논의는 자연스레 개헌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이 조기에 치러지게 된 가장 큰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목된 데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개헌에 대한 열망이 뜨겁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개헌 논의는 이미 무르익었다.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올해 초부터 가동되면서 상당 부분 논의를 진행했고,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개헌 찬성 의견이 높은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후보 시절 2022년 대선부터 대통령 4년 중임제로 전환할 것과 이를 위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약속대로 내년 6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앞으로 1년 안에 개헌안이 완성돼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집권 초기 개헌 이슈가 불거지면 다른 의제를 모조리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강력한 국정 드라이브를 거는 집권 1년 차에 개헌론이 불붙기 시작하면 새 정부의 개혁동력은 상대적으로 약화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들이 대선 후보 시절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도 막상 당선되면 개헌에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기 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정권 재창출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현직 대통령으로선 개헌 이슈가 정부의 각종 개혁 과제마저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는 것이 반가운 상황일 수가 없다.

그럼에도 30년째 이어온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 재도약의 근본적인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이 식지 않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블랙홀 논란'을 감수하고서라도 개헌 논의를 본궤도에 띄울지가 임기 초반 최대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 임기 개시 직후 야당 대표 만나 소통·협치 강조 =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임기가 개시된 직후 국회를 찾아 야당 대표들을 잇달아 만나며 소통과 대화를 통한 협치 의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국회를 존중하고 국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당과도 소통하고 대화하면서 국정 동반자의 자세로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내각 인선에서도 방점은 협치에 찍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며 "호남 인재 발탁을 통한 균형인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협치행정·탕평인사의 신호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사전 포석은 '문재인 정부'에 있어 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라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원내 1당이라고는 하지만 의석이 120석으로, 현재 국회 지형상 단독으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이 내건 과감한 개혁 과제들이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빛을 못 보고 좌초할 수밖에 없다.

제도적으로도 현행 국회 선진화법 하에선 60% 의석을 가져야 법안 처리가 용이한 만큼,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여러 야당의 뜻을 모아내는 과제를 안게 됐다.

또 새로 출범하는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늦어지면 박근혜 정부의 총리·장관과 함께 일하는 '동거정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인 동거정부 상황에선 새 대통령이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또 혹여나 임명직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줄줄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정부 초기 국정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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