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야권 운동가 나발니 스페인서 약물공격 받은 눈 수술

입력 2017-05-10 16:03
러 야권 운동가 나발니 스페인서 약물공격 받은 눈 수술

"수개월 걸쳐 시력 회복될 것"…푸틴 대항 대선 출마 불투명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0)가 스페인에서 약물 공격을 받았던 오른쪽 눈 수술을 받았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치료를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머물고 있는 나발니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에서 "바르셀로나의 의사가 내 눈을 고쳐 보겠다며 어제 수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눈에 감았던 붕대를 풀고 다닐 수 있지만 시력은 앞으로 몇 개월에 걸쳐 회복될 것"이라면서 아직 오른쪽 눈으론 시력검사표의 맨 윗줄 큰 글씨들만 읽을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7일 모스크바 시내 국제무역센터(WTC) 인근에서 한 포럼에 참석했다 나와 차에 오르려던 순간 괴한의 약물 공격을 받았다.

괴한은 옛 소련권에서 많이 이용되는 녹색의 살균소독액 '젤룐카'(녹색약)를 나발니의 얼굴에 뿌리고 달아났다.

약물은 나발니의 얼굴뿐 아니라 오른쪽 눈에도 들어가 동공과 각막이 손상을 입었으며 의사는 화학적 화상 진단을 내렸다.

나발니 측은 젤룐카 안에 다른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나발니는 담당 의사의 권유로 스페인으로 수술을 하러 갔다.

지난 5년 동안 외국여행에 필요한 여권을 발급받지 못했던 나발니는 지난주 당국으로부터 여권을 받아 출국할 수 있었다.

나발니에게 약물 공격을 가한 괴한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3월 중순에도 시베리아 알타이 지역 지방도시 바르나울의 선거운동본부 개소식에 참석했다가 한 남성으로부터 역시 젤룐카 약물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변호사 출신의 반부패 운동가에서 대표적 야권 정치지도자로 변신한 나발니는 내년 3월로 예정된 러시아 대선에서 역시 출마가 유력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된다.

지난해 말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그는 과거 지방정부 고문 재직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집행유예)로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유럽인권재판소 상소 등을 통해 출마 자격을 얻어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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