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회 맞은 '개콘', 최장수 개그 프로 자존심 회복할까
3부작 특집 마련…PD "김준호·김대희 내달 컴백, 코너 절반 바꿀 것"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KBS 2TV '개그콘서트'는 한때 한 주를 마감하는 의식 같은 프로그램으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시청률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서 900회를 기념해 야심 차게 마련한 3부작 특집이 부활의 돌파구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오는 14·21·28일 방송될 특집에서는 터줏대감 김준호와 김대희부터 유세윤, 강유미, 김병만, 이수근 등 '레전드 개그맨'들이 박진호, 손별이 등 떠오르는 신예들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19년 '개콘' 역사를 한눈에 볼 기회인 셈이다. 유재석, 남궁민, 트와이스 등 '특급 게스트'도 출격한다.
900회 특집 이후 다음 달 본격적으로 '개콘'에 복귀할 김준호와 김대희는 10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다른 호흡을 자랑했다.
"제가 KBS 14기 공채 개그맨입니다. 1999년부터 지금까지 '개콘'을 꾸준히 해왔죠."(김준호)
"김준호씨 SBS 공채 5기 개그맨으로 갔다가 왔잖아요∼. 사건 사고도 많았고요. 그리고 저는 1999년 9월 첫 방송 전에 파일럿 방송 때부터 '개콘' 했거든요?"(김대희)
두 사람은 "씁쓸하구먼", "썰렁하자나∼", "소고기 사묵겠지", "밥 묵자" 같은 유행어를 즉석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선배들의 '솔선수범'에 유민상, 오나미, 이수지, 이상훈, 박진호, 손별이 등 후배 개그맨들은 "개그 아이디어를 짜면서 굉장히 지칠 때가 잦은데 선배들 덕분에 힘을 얻고 더 즐거워진다. 900회 특집에 어깨를 나란히 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선후배 개그맨의 단결에는 안심이 되지만, 제작진은 시청률에 대한 걱정을 내비쳤다.
'개콘' 연출을 맡은 지 5개월 된 이정규 PD는 시청률 부진의 원인에 대해 "몇 년간 프로그램 내용을 살펴보니 개그맨들의 캐릭터보다는 잘 짜인 대본과 콩트의 완성도에 집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전체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저하 추세도 있지만 '개콘'의 시청률이 순조롭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이것저것 변화를 꾀하던 와중에 SBS 'K팝스타-더 라스트 찬스'와 '미운 우리 새끼'라는 강한 적수가 나타나 살짝 더 버거워졌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대안은 김준호, 김대희라는 두 명의 '개그 아버지'가 6월에 컴백한다는 점"이라며 "두 아버지와 함께 후배 개그맨들도 새 코너를 준비 중이다. 다음 달부터 코너의 절반 이상을 바꿀 예정이다. '개콘'의 붐업이 전체 예능 프로의 붐업을 가져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대희도 "시청자도 다양한 코미디 프로의 활성화를 위해 너무 '침체'만 강조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격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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