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산불, 벌채목 더미가 '화약고'…불쏘시개 역할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산속에 쌓아 놓은 벌채목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57ha의 울창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릉산불은 벌채목 적재가 한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산불 발생 지역에서 죽은 나무를 벌채하거나 조림을 위해 잘라 놓은 벌채목이 곳곳에 그대로 방치된 채 쌓여 있다.
산불이 발생한 곳에서는 산림 복구 사업을 하면서 산불 피해목에 대한 대대적인 벌채가 이뤄진다.
인가 주변 지역의 벌채목은 주민에 의해 땔감 등으로 재활용된다.
그러나 벌채목은 산 곳곳에 그대로 쌓여 있는 등 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6일 발생한 산불이 진화됐다가 7일 재발화한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에는 과거 산불 발생으로 벌채가 이뤄져 곳곳에 벌채목이 쌓여 있던 곳이다.
바짝 마른 쌓아 놓은 벌채목은 조금의 불씨에도 활활 타올라 진화를 어렵게 했다.
헬기로 물을 뿌려도 쌓아 놓은 벌채목 속에 불씨가 남아있다가 거센 바람이 불면서 불씨가 되살아나는 일이 되풀이됐다.
주변에는 송전탑을 건설하기 위해 벌채한 나무도 곳곳에 쌓여 있어 진화에 애를 먹었다.
빽빽한 산림을 건강한 숲으로 만들고자 시행하는 숲 가꾸기에서 발생한 벌채목도 산 곳곳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솎아내기를 한 벌채목이 오히려 숲을 해치는 원인이 됐다.
김철래 강릉 부시장은 "벌채를 한 뒤 산속에 그대로 쌓아 놓은 벌채목 더미가 산불 확산의 화약고 역할을 했다"라며 "조림을 위해 시행한 벌채목은 반드시 치우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 미련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벌채목 적재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벌채목 적재는 산불 확산뿐 아니라 폭우 시 산사태, 하천이나 계곡의 물길을 막아 수해를 키우는 원인도 돼 개선대책이 매우 시급하다.
실제로 2002년 태풍 루사 등 수해 때마다 산사태와 하천으로 떠내온 피해목이 교량에 걸리면서 수해를 키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임업 관계자들은 "산사태 예방을 위해서는 벌채목을 처리할 수 있는 예산도 산림 복구비에 포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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