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정책]⑩사법개혁 시작됐다…검찰 대수술 불가피
"정치검찰 더는 안돼"…공수처 신설·검경 수사권 조정 예고
사법부도 개혁 바람…대법원장 권한 분산·대법관 다양화 등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방현덕 기자 = '적폐 청산' 기치를 내걸고 역대 최대 표 차이로 당선된 19대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 분야에서도 대대적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권력기관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검찰은 가장 먼저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시절 검찰개혁에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에야말로 '정치검찰'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확고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그 어떤 기관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 장치를 만들겠다"며 검찰 등 사정기관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내보였다.
새 민정수석에 검찰 출신이 아닌 개혁소장파 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교수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진 점도 검찰개혁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공수처 설치하고 검찰 인사 '문민'이 통제
문 대통령의 대표적인 검찰 개혁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다. 고위공직자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공수처는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무리한 기소를 하거나 불법 앞에 눈감는 행태를 대체하려는 기관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권력 적폐 청산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검찰과 경찰은 물론 모든 고위공직자가 더는 권력의 병풍 뒤에 숨어 부정부패에 가담할 수 없도록 공수처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공수처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큰 만큼 집권 후 이른 시일 내 현실화가 가능한 개혁안이라고 관측한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작년 9월 28일∼10월 7일 일반인 1천10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8.2%가 공수처 신설에 찬성했다.
검찰 조직 개혁도 추진한다. 문 대통령은 개혁의 핵심이 '인사'라 보고 검찰 인사권을 '문민'이 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외부인이 참여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해 청와대를 비롯한 권력의 개입을 차단하고 인사의 중립성·독립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수사와 관련해서도 객관적 혐의가 입증되면 기계적으로 재판에 넘기게 하는 독일식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해 검사의 재량을 줄이고, 시민들이 주요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검찰시민위원회도 법제화한다.
검찰이 부당하게 불기소한 사건을 다시 판단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재정신청'의 범위도 고소뿐 아니라 고발사건까지 확대된다. 재정신청이 인용될 경우 애초 무혐의를 주장한 검찰 대신 변호사가 재판을 맡는 공소유지변호사 제도도 부활한다.
◇ 검·경 수사권 조정…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 구현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안엔 가장 논란이 뜨거운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도 포함됐다. 이는 1차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보충적 2차 수사권만 주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현재의 중앙집권적인 경찰을 광역단위 자치경찰로 쪼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등 형사사법 체계 재편과도 직결된다.
그간 검찰은 경찰의 마구잡이식 수사로 인한 국민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법률전문가인 검찰이 경찰을 지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14만 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인 경찰은 종종 내부 비위 통제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에 수사권 독립을 숙원 과제로 삼았던 경찰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큰 의지를 보인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수사지휘권을 모두 보유하고, 여기에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한 것은 기관 간 견제와 균형 원칙을 전혀 담보하지 못한 후진적 형사사법제도라고 비판해 왔다.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으려면 검찰을 거쳐야 하는 탓에 검찰 관련 비리를 수사할 때 검찰이 영장 신청을 반려하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도 큰 불만이었다. 반면 검찰은 경찰 비리를 별다른 제약 없이 수사해 왔다.
경찰은 새 정부에서 진행될 수사권 조정 논의의 키를 누가 잡느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실천 의지가 강하다면 대통령 직속으로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청와대가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야당 협조가 필수적인 여소야대 정국도 수사권 조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고,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까지 폐지하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동의를 어떻게 얻느냐도 관건이다.
◇ 새 대법원장 통해 사법부도 개혁 바람 예상
문 대통령 집권에 따라 사법부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사법부 독립 원칙에 따라 대통령이 직접 법원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어렵지만, '제왕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대법원장의 권한 축소나 서울대·남성·판사에 치중된 대법관 출신 배경 다양화, '중앙집권화·관료화'된 법원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자는 주장은 사법부 안팎에서 대체로 공감을 얻고 있는 과제다.
현 양승태 대법원장이 오는 9월 25일 임기가 끝나는 만큼 문 대통령은 후임 대법원장 인선을 통해 이러한 개혁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의 양형을 대폭 강화하고, 이런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사면도 최대한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의 불공정 거래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는 환경 사건 등에도 국민참여재판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이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게 새 정부의 복안이다.
bang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