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시대] 중소기업청,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할까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문재인 정부가 10일 출범함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이 펼쳐질지에 관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활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고,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은 그의 핵심 공약 중 하나다.
◇ 중소벤처기업부 콘텐츠 알차게 채워야
중소기업계는 그동안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부 승격을 요구해왔다.
중소기업청이 종합적인 정책 수립권과 행정조정권이 없어 중소기업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실상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수행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신설해 중소·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부처가 담당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 관련 기능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해 '4차 산업혁명'까지 지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중소벤처기업의 구체적인 소관 업무영역, 타 부처와의 업무조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문 대통령은 이전 대선 때에도 중소벤처기업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할 정도로 중소기업벤처부 승격의 의지가 강하다"며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부족한 듯해 잘 채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기업계는 중소기업청이 다른 부처들로부터 제대로 업무를 이관받지 못한 이름뿐인 부처가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산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다른 부처에 있는 중기·벤처 관련 정책을 담당해야 하고, 실무를 하는 기관들 또한 산하에 둘 수 있어야 한다.
김 본부장은 "조직 개편에는 소통과 협치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 의지가 중요한데, 그 부분은 걱정이 없다"며 "이제는 중소벤처기업부 안에 콘텐츠를 어떻게 담을지 고민하면서 공약을 실제로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발족은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의 발전과 신산업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문이 중소벤처기업부에 통합되면 산업생태계 관점으로 다양한 규모의 기업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으니 현실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정책들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욱 서울여대 교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4차 산업혁명의 융합화·협업화에 적합하고, 산업간 소통과 협력의 정책을 만들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책의 중복과 정책 간 칸막이가 사라질 테니 산업육성 정책의 효율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부담…공정위 심의에 중기 관계자 참여해야
중소기업계는 문 대통령의 대부분 공약이 중기업계 의견과 맞닿아 있지만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은 사용자 입장에서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을 2020년까지 각 시급 1만원, 연간 1천800시간대로 만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했으면 한다"며 "특히 근로시간의 경우 과거 노사정 위원회에서 주 8시간 특별연장근로에 합의했는데 이를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도 재취업자 교육 등 사회 안전망 강화에 힘쓸 테니 노동계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 위상을 강화하는 것도 바라던 바이지만 중소기업 전문가가 공정위 심의에 참여할 수 없다면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중기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김경만 본부장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의 비상임위원에는 중소기업계 전문가가 없다"며 "중소기업 전문가 또는 관련 인사가 공정위 심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 중소기업 문제를 중소기업 시각에서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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