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백의종군"…대선 이후 바른정당 어디로 가나(종합)
劉 "개혁보수 '희망의 씨앗' 찾았다"…존립 우려 목소리도
20석 교섭단체 유지관건…정계개편 흐름에 휘말릴수도
15∼16일 연찬회, 전략적 로드맵 논의…새 지도부 구성 첫과제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대선 이후 바른정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유승민 후보는 9일 치러진 제19대 대선에서 6.76%를 득표했다.
바른정당 내에서는 기대에 비해 아쉬움은 남지만, 앞으로 여정을 위한 희망의 빛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 의원은 9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개혁보수를 위한) 새 희망의 씨앗을 찾았고, 이 씨앗을 소중히 키워 싹을 틔우고 언젠가는 열매를 맺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10일 선대위 해단식 후 기자들에게 "국민께서 이제 조금씩 알아주시기 시작했다"면서 "'저런 새로운 보수당이라면 지지해도 좋겠다'라는 확신이 가질 수 있도록 그 날이 올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해단식에서도 한목소리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개혁보수와 새 보수를 위한 대장정의 길을 흔들림 없이 가겠다는 다짐이었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병국 전 대표는 "진정성 있게 다가가면 국민이 이해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보수가 나가야 할 좌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봤다"면서 이번 선거에 의미를 부여했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에 협력할 것은 하고, 비판할 것은 하면서 자유한국당과의 '보수' 차별화를 적극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앞으로 진로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앞으로가 걱정"이라면서 "당의 존립이 쉽지도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바른정당이 원내 20석으로 겨우 원내교섭단체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바른정당은 대선 막판 13명의 소속 의원들이 연쇄 탈당, 의석이 기존 33석에서 2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명이라도 더 이탈하면 원내교섭단체 지위조차 붕괴할 처지이고,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지면 바른정당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하며 집권여당이 됐지만 '여소야대' 상황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계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바른정당에서도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비유승민계 또는 김무성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합당 목소리가 제기될 수도 있다.
유 의원이 이날 해단식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같이 극복하겠다는 생각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저도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몸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대선 이후 당의 전략적 로드맵 논의를 위해 오는 15~16일 강원도 고성 국회 의정연수원에서 소속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참석하는 연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연찬회에서는 새 지도체제 구성과 향후 당의 진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새 지도체제 구성과 관련해 대선 후보를 지낸 유승민 의원 역할이 주목되는 가운데 유 후보는 이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유 후보가 대선과정에서 개혁보수의 씨앗을 뿌리고 당의 외연을 확장한 만큼 유 의원 역할에 대한 기대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으로 유 의원이 전면에 나설 경우 비유승민계를 중심으로 거부감을 표시하고, 이것이 당내 분란 소지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원이 백의종군할 경우 6선으로 정치적 무게감이 큰 김무성 의원 등판 여부가 주목된다.
김 의원은 해단식에서 "개혁보수를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면서 "어려운 길을 함께 가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의 역할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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