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힘빠지고 '충청 바로미터' 재확인…권역별 결과분석

입력 2017-05-10 11:29
수정 2017-05-10 11:55
지역주의 힘빠지고 '충청 바로미터' 재확인…권역별 결과분석

영남서 洪 과반득표 못해…文, 부산·울산 1위로 지역구도 무너뜨려

호남서 文 60% 전후, 安 30% 전후…충청은 전체 판세의 '축약판'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19대 대선은 예년과 다른 듯 닮은 결과를 남기고 역사에 한 페이지에 기록됐다.

영남에서 '몰표' 현상이 거의 사라지는 등 영·호남 지역주의 구도가 상당 부분 무너지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충청권 여론은 이번에도 전체 구도와 비슷한 결론을 내놨다.





◇ 보수 후보에게 과반 몰아주지 않은 영남

10일 완료된 대선 개표결과를 권역별로 나눠보면 영남의 변심이 가장 눈에 띈다.

보수 진영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후보에게조차 어느 곳에서도 과반의 표를 몰아주지 않은 것이다.

홍 전 후보는 경북에서 48.62%, 대구에서 45.36%를 각각 득표해 체면치레했을 뿐 직전까지 도지사를 지낸 경남에서 37.24%으로 문 대통령(36.73%)에 겨우 0.51%포인트 앞섰다.

심지어 부산(문재인 38.71%, 홍준표 31.98%)과 울산(문재인 38.14%, 홍준표 27.46%)에서는 비교적 큰 차이로 2위에 머물렀다.

이는 당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강대결'로 펼쳐졌던 18대 대선과는 크게 달라진 양상이다.

5년 전 대구(80.14%)와 경북(80.82%)에서 5명 중 4명 이상이 박 전 후보에게 몰표를 줬고, 부산(59.82%)·울산(59.78%)·경남(63.12%)에서도 60% 안팎의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후폭풍과 이로 인한 '문재인 대세론'으로 영남 보수층이 충분히 결집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가 영남에서 15% 안팎의 표를 가져가면서 보수표를 분산시킨 것이 영남 지역주의 붕괴의 한 원인이 됐다.



◇ 文 선택하면서 安에게도 표 나눠준 호남

호남 역시 영남만큼은 아니지만 역대 대선과 비교해 몰표 현상이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광주에서 61.14%, 전북에서 64.84%, 전남에서 59.87%를 각각 득표해 18대 대선(광주 91.97%, 전북 86.25%, 전남 89.28%)보다 크게 떨어졌다.

대신 안 전 후보가 광주 30.08%, 전북 23.76%, 전남 30.68%로 야권표를 분산시켰다.

정권교체가 지상과제인 호남에서 문 대통령을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흐름이 나타난 가운데 역시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 소속 안 전 후보에게도 어느 정도는 힘을 실어준 모양새다. 호남 일각의 '비문(비문재인) 정서'가 문 대통령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안 전 후보에게 일부 쏠린 것으로 분석된다.



◇ 전체 판세 축약한 충청 여론…'민심 바로미터'

그동안 각종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면서 전체 판세의 축약판으로 여겨졌던 충청권이 이번에도 '민심의 바로미터'임을 재확인했다.

개표 결과 충북은 문 대통령 38.61%, 홍 전 후보 26.32%, 안 전 후보 21.78%로, 충남은 문 대통령 38.62%, 홍 전 후보 24.84%, 안 전 후보 23.51%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1강 2중'의 전체 득표율(문재인 41.08%, 홍준표 24.03%, 안철수 21.41%)과 거의 비슷한 구도이다.

다만 대전에서는 문 대통령 42.93%, 홍 전 후보 20.3%, 안 전 후보 23.21%로 홍 전 후보와 안 전 후보의 자리가 바뀌었다. 세종시도 문 대통령 51.08%, 홍 전 후보 15.24%, 안 전 후보 21.02%로 전체 충청권 여론과 차이를 보였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대전(박근혜 49.95%, 문재인 49.70%), 충북(박근혜 56.22%, 문재인 43.26%), 충남(박근혜 56.66%, 문재인 42.79%)에서 모두 박 전 대통령이 승리한 바 있다.

◇ 文 정확히 맞힌 수도권…洪·安만 바뀌어

수도권 민심은 문 대통령에게 전체 득표율과 비슷한 지지를 보냈으나, 홍 전 후보와 안 전 후보의 2·3위 자리는 바꿨다.

서울은 문 대통령 42.34%, 안 전 후보 22.72%, 홍 전 후보 20.78%로 나뉘었고, 인천은 문 대통령 41.20%, 안 전 후보 23.65%, 홍 전 후보 20.91%로 나타났다. 경기도 문 대통령 42.08%, 안 전 후보 22.91%, 홍 전 후보 20.75%로 집계됐다.

아울러 정의당 심상정 전 후보가 서울 6.47%, 인천 7.16%, 경기 6.92%로 전체 평균(6.17%)보다 수도권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 文에게 기운 강원·제주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강원에서 문 대통령이 34.16%를 득표해 홍 전 후보(29.97%)를 4%포인트 이상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띈다. 강원은 18대 대선에서 박 전 대통령(61.97%)에게 영남 못지않은 높은 득표율을 안긴 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안 전 후보가 강원에서 21.75%를 가져가면서 표가 골고루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경우 문 대통령이 45.51%로 전체 평균보다 높은 득표를 기록했고, 안 전 후보(20.9%)와 홍 전 후보(18.27%)는 평균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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