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학계 여신' 옌닝 美 복귀 논란…"돈·애국심만으론 부족"

입력 2017-05-10 11:35
中,'과학계 여신' 옌닝 美 복귀 논란…"돈·애국심만으론 부족"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에서 '과학계 여신'으로 불리는 옌닝(顔寧·40) 칭화(淸華)대 교수가 10년간의 중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복귀하기로 결정하자 중국 내 연구 환경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옌 교수가 모교인 미국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과 정교수를 맡을 것이라고 지난 8일 전했다.

지난 2007년 30세에 프린스턴대 박사후 과정을 마친 후 중국으로 귀국한 옌 교수는 중국이 혁신 주도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치한 최고 유학파 연구인재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는 2014년 암 등 많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의 물리 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낸 연구 업적과 타고 난 미모, 중국 연구 환경과 관료주의에 대한 과감한 비판 등으로 인터넷에서 과학계 여신으로 불렸다.

옌 교수는 8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光明日報)와 인터뷰에서 2015년 프린스턴대로부터 교수직 제의를 받았다면서 한 환경에서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지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해 미국행을 결정했다고 공개했다. 옌 교수는 그러면서 "내 환경 변화가 과학 부문에서 새로운 업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프린스턴대에서 칭화대의 국제 협력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칭화대 대변인은 광명일보에 옌 교수 등 최고 연구자가 중국을 떠나는 것은 중국 교수들이 세계 최고 대학에서 가르칠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중국의 연구역량 강화를 재조명하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칭화대 대변인은 "이러한 움직임이 중국의 학문적 사고와 교육 신념, 칭화대의 연구 스타일이 국제무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앞서 칭화대에서 근무하던 차이지제 생명공학자가 지난달 독일 쾰른대 교수로 떠났다.

그러나 중국 최대 과학계 온라인 커뮤니티인 과학망(科學網·Sciencenet.cn)에는 옌 교수의 이탈이 과학 인재와 이들의 연구 환경에 대한 정부의 관리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는 글이 대거 게시됐다.

옌 교수가 수년간 중국 내 열악한 연구 환경에 대해 비판했지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으로 떠나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옌 교수는 2014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서 관영 국가자연과학기금위원회가 질병 관련 단백질의 물리구조 규명을 위한 연구비 지원을 거부했다며 위원회 관리들이 고위험 연구 지원을 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1년 후에 게시한 글에서도 연구를 위해 위원회와 면담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상하이(上海)의 생명공학자는 "이는 경고음"이라며 "당국은 과학자들이 많은 것을 고려하며 돈이나 애국심만으로 머물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자금 지원과 애국심 호소를 통해 해외 인재 유치에 나서면서 1949년 이후 해외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하이구이'(海歸)가 260만 명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중국 연구 환경에 대한 불만 등으로 해외로 돌아가는 '구이하이'(歸海)가 늘어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싱크탱크인 중국과세계화센터가 2015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국으로 복귀한 과학자 중 거의 70%가 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40%가 심각한 오염을 중국을 떠나고 싶은 이유로 들었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낮은 직업만족도, 음식 안전 우려, 자녀 교육 문제, 높은 주택가격, 복잡한 대인관계, 문화적 갈등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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