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쿠르드계에 무기 제공…미-터키 대테러 공조 '삐걱'

입력 2017-05-10 09:23
시리아 쿠르드계에 무기 제공…미-터키 대테러 공조 '삐걱'

트럼프, 쿠르드민병대에 무기 제공 승인…터키 반발 예상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미국이 시리아 쿠르드계에 무기를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우방인 터키의 대 테러 공조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 참여하고 있는 쿠르드계에 중무기를 제공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외신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우방 터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에 중화기를 제공하는 계획을 승인했으며, 터키 측에도 통고했다고 전했다.



미군 지휘관들은 IS 격퇴전 동참 시리아 무장세력 가운데 가장 정예화된 전투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YPG를 무장시킬 필요성을 줄곧 역설해왔다. 미국은 YPG를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제휴 세력으로 여기는 반면, 터키는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연계 조직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과 터키는 PKK가 테러단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NYT는 이달 중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는 레젭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중점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IS 최후 거점인 락까 탈환전에서 터키와 시리아 반군의 역할을 확대해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르드계에 대한 미국의 무기 제공 결정과 관련해 터키 측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 관리들은 쿠르드 민병대가 요새화된 락까를 탈환하기 위해선 대전차 미사일과 대구경 기관총, 박격포, 장갑차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군 관계자들은 터키의 반발을 의식, 쿠르드 민병대에 락까 탈환에 충분한 무기만 지원하고 작전 종료 후에는 무기와 실탄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터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이와 관련,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쿠르드계에 대한 무기 제공 결정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파트너인 터키의 안보 불안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키 정부와 국민들에게 미국이 추가적인 안보 위기를 막고 나토 우방을 보호할 것임을 다짐하고자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은 쿠르드·아랍 연합 시리아민주군(SDF) 산하 조직인 YPG와 이미 오래 전부터 공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국방부의 발표는 이미 실행하고 있는 것을 공식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미 군사 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는 YPG 특공대가 미제 야간투시경과 소총, 첨단 광학 장비 등 미군 특수부대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무기로 무장돼 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첨단 무기가 YPG에 흘러 들어간 경로를 밝혀내지 못 했다고 전했지만, 미국이 비밀리에 제공했을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NYT는 임박한 락까 전투에 앞서 쿠르드계를 무장시켜야 한다는 미 군부의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리아 분석가들과 미국 전현직 관리들은 미국과 터키의 광범위한 관계에 손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barak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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