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빠른 패배승복에 국민의당 상황실 3시간 만에 '철수'(종합)
박지원 "패배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면 돼"
당직자들 허탈감에 헛웃음…어깨 토닥이며 격려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박수윤 기자 =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9일 밤 10시 30분,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사실상 대선 패배를 승복하자 당 개표상황실에 모인 당원과 당직자들은 그제야 패배를 실감했다.
국민 앞에서 패배를 인정하려고 선 안 후보 앞으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TV 뉴스 자막이 흘렀다.
당원과 당직자들은 저녁 8시에 발표된 출구조사 결과로 패색이 짙다는 것을 이미 알았지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올 안 후보를 기다렸다. 이윽고 안 후보가 강당에 들어서자 이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로 그를 맞았다.
안 후보는 강당 안으로 걸어 내려오면서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당직자들의 손을 부여잡고 위로했다.
이어 박지원·손학규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정동영·주승용·천정배 공동선대위원장, 김성식 선대위 전략본부장 등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애쓰셨습니다. 너무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김 본부장 옆에 앉았던 장정숙 의원은 안 후보와 인사를 나눈 뒤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단 5문장으로 된 안 후보의 승복 연설이 끝나자 상황실은 빠른 속도로 '철수 태세'에 들어갔다.
TV 모니터 뒤에 줄줄이 배치됐던 ENG 카메라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갔고, 1층 200석을 가득 메웠던 당원·당직자와 기자들도 서서히 자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인 박지원 당 대표는 "패배를 했으면 깨끗하게 인정하면 되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차에 올랐다.
당시 TV에선 문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속보가 쏟아졌지만, 이는 더는 '뉴스'가 되지 못했다.
예상보다 빨리 결정 난 승부에 당직자들은 허탈한 나머지 나중에는 마지못해 웃는 모습도 엿보였다. 서로 "수고했다"며 어깨를 토닥이는 당직자들도 눈에 띄었다.
밤 11시 40분께. 상황실은 육중한 크기의 장비를 들고 나르며 정리하는 소리로 가득 찼고, 10여 석의 선대위 최고 지도부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시각 전국 개표율은 30%도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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