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고개 드는 증세론…소득세·법인세율 인상 수면 위로
전문가들 "고소득자 세금 더 걷어야…법인세 인상은 신중해야"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제19대 대통령으로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증세 논의가 급물살 탈 것으로 전망된다.
문 당선인은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증세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세목 중에서도 소득세와 법인세의 세율 조정이 유력하다.
당선인이 자산 보유에 대한 과세도 강조한 터라 상속·증여세 제도도 손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증세 논의에 앞서 비과세 감면을 우선 줄이고 새나가는 돈, 걷히지 않는 세금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 공약 이행 위한 재원 18%는 증세로 마련…소득세·법인세가 핵심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를 보면 당선인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연평균 35조6천억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 중 재정 개혁을 통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연간 22조4천억원을 충당하고 나머지 13조2천억원은 세입 개혁을 통해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세입 개혁 부문을 세부적으로 보면 증세를 통해 연간 6조3천억원을, 탈루 세금 강화로 5조9천억원, 불공정행위 과징금 등 세외수입으로 1조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문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공약 달성을 위한 재원 중 17.7%가 증세로 충당되는 셈이다.
소득세와 법인세가 대표적인 세율 조정 대상이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조세정책의 핵심이다.
현재 연 5억원 이상 소득을 버는 사람은 소득세 최고세율 40%가 적용된다.
이전에 연 1억5천만원 이상 소득자에게 38% 최고세율이 적용됐으나 지난해 국회가 최고세율 인상안을 통과시키며 올해부터 새로운 최고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공약대로라면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 표준이 5억원에서 더욱 낮아진다.
지난 정부 때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법인세율 인상도 다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현재 법인세는 연 200억원 초과 법인에 대해 최고 22% 세율이 적용된다.
이명박 정부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며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 25%에서 22%로 인하한 것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선 그간 꾸준히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선인도 재벌 대기업에 대한 과세 정상화를 내걸며 법인세 최고세율을 원상 복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법인세 최고세율을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인상하도록 하는 제도 정비를 우선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경제적 효과가 떨어지는 대기업의 비과세 감면을 원칙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대기업 10∼17%, 중소기업 7%로 적용되는 최저한세율(기업들이 최소한 내야 하는 세금)도 초고소득 법인에 한해 상향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도 재원이 부족한 경우 법인세 명목세율을 인상하겠다는 것이 당선인의 공약이다.
아울러 현재 상속·증여세 납세 의무자가 자진해서 신고하면 상속·증여세 산출세액의 7%를 공제해주는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를 축소하고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는 등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이다.
◇ 전문가들 "비과세 감면·씀씀이 조정이 먼저…증세 최대한 신중하게"
전문가들은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재정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세원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체로 동의했다.
그러나 증세에 앞서 비과세 감면 노력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증세가 국민에 부담을 안겨주는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라는 시각에서다.
신민영 LG[003550]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여러 사업 관련 재정 소요가 큰 만큼 국채 발행을 늘린다 해도 세원 확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일단 50%에 달하는 소득세 면제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너무 세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세출 고려도 해야 한다"며 "비효율적인 세출 축소, 지하 경제 양성화로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목별로는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법인세 인상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부분 국가에서 법인세율을 낮추면서 조세 경쟁을 하고 있으므로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며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주요 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법인세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법인세율은 다른 국가보다 높은 만큼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종교인 과세 등 걷어야 하는데 걷지 못하는 세금 등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0년간 10%로 고정된 부가가치세율을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신 수석연구위원은 "주식 투자에 대한 자본이득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고소득층의 반발을 고려해 부가가치세율을 소폭 인상할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당장 증세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구정모 강원대 경제무역학부 교수(한국경제학회장)은 "점진적인 재정 소요가 있을 때 증세를 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처음부터 돈을 쓰기 위해 증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돈 쓸데가 많으므로 정말 필요한 때 증세를 내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porqu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