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300선 돌파 이후 '과열징후 논란'(종합2보)
"대세 상승장 시작" vs "2,300 넘으면 차익실현해야"
외국인·기관 주도장세…개미 잔혹사 되풀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코스피가 새 정부 출범 첫날인 10일 사상 처음으로 2,300선을 돌파했으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장 초반 한때 2,323.22까지 오르며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을 새로 썼으나 이내 차익실현 매물에 밀리며 2,270선까지 후퇴했다.
코스피는 대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51.52포인트(2.30%) 오른 2,292.76으로 마감하는 등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장중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주가 흐름이 지난 6년간의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흐름과는 전혀 다른 대세 상승장의 시작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른 일각에서 코스피가 2,300선을 넘으면 과열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시작되는 양상이다.
대세 상승장이라면 지금이라도 투자에 나서는 게 맞다.
하지만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시 흐름이 대형수출주와 외국인에 의해 주도되는 장이어서 또 한 번 개미의 잔혹사가 되풀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개미들은 막대한 자금 동원력과 분석능력을 갖춘 기관과 외국인과 반대로 움직이다가 먹잇감으로 전락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코스피 2,300 돌파…중소형주·코스닥종목에도 '훈기'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해 12월 29일 2,026.46에서 지난 8일 2,292.76으로 올해 들어 종가 기준으로 13.14%(266.30포인트) 올랐다.
시가총액은 1천308조4천404억원에서 1천487조3천203억원으로 13.67%(178조8천799억원) 증가했다.
코스닥 지수는 631.44에서 643.39로 1.89%(11.95포인트) 오르는 데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가총액은 4.74% 증가했으나 코스피의 증가세에는 한참 못 미친다.
그동안 삼성전자[005930] 등 대형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올랐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최근의 주가 흐름이 전 세계 경기 회복과 한국 기업의 실적 향상에 기반을 둔 것이라는 점에서 전날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코스피 2,300선 돌파는 이제 시간 문제"라면서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기대감이 지금의 위험자산 선호와 더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과 내수 경기 부양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코스닥종목과 중소형주가 탄력을 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005940] 리서치본부장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새 정부 1∼3년 차에 코스닥과 중소형주가 대부분 좋았다"면서 "새 정부의 정책이 구체화하는 올해 하반기에는 중소형주와 코스닥종목으로까지 상승세가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코스피 2,300 돌파 과열신호"…투자 신중해야
코스피 2,300 돌파가 과열징후를 보여주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차익을 실현하고 조정국면에 다시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최동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코스피 2,300선 돌파는 주간 상대강도지수(RSI)가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인 80 이상에 도달하는 시점"이라면서 "중기 과열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RSI는 증시의 과열과 냉각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특정 기간에 주가 변화량에서 상승 변화량이 차지하는 비율로 통상 70 이상이면 과열로 해석한다.
2007년 활황 국면 막바지에 주간 RSI가 80을 넘어섰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간 RSI가 80을 넘어선 적이 없다.
실제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매수 우위였던 기관이 매도 우위로 돌아서고 외국인의 순매수 폭도 줄면서 힘을 잃었다.
장 중 한때 2,264.31까지 떨어지기며 하루 고가와 저가의 차이인 장중 변동 폭이 연중 최대치(58.91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2,300선에서의 부담이 확인됐다"면서 "지수가 추가로 상승 흐름을 보이기보다는 매물 소화가 불가피하고 변동성이 커진 만큼 적극적으로 매수할 시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매수 타이밍을 늦추거나 일정 부분 차익실현을 해도 위험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과열징후 논란과 무관하게 추격매수나 묻지마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가의 급등 여부만 따지지 말고 기업의 실적을 꼼꼼하게 따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대형주 장세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주 위주로 투자 포지션을 잡지 않는 한 '남의 잔치'에 박수 치는 꼴일 수 있다"며 "지수가 오른다고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 역시 지금까지 부진했던 국내 중·소형주의 반등 가능성을 전망하면서도 대세 상승장이라고 믿고 가격이 싸다고 사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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