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사드 경색 韓·中관계 풀릴까

입력 2017-05-10 00:08
수정 2017-05-10 08:39
[문재인 당선] 사드 경색 韓·中관계 풀릴까

양국, 관계 개선 모색할 듯…북핵 문제도 공조 가능성

'틀어진' 경제·문화·경제 교류 복원될지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9일 한국 대선 결과로 문재인 정부가 개막함에 따라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중 간 갈등과 대립이 해결 국면으로 전환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역대 최고라고 자평하던 사드 이전 관계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나, 적어도 박근혜 정부와 사실상 대화 단절 수준이었던 중국이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개선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럼에도 사드 갈등과 대립을 거쳐 반한(反韓)·반중(反中) 정서가 서로 큰 영향을 준 탓에 향후 한중 관계는 이전보다 더 냉정하고 절제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 사드 갈등 넘어 협력 모색 가능성

사드 갈등 이후 중국이 보여온 태도를 볼 때 중국은 이미 박근혜 정부 이후를 대비한 기색이 역력하다.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작년 7월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소원해진 뒤 박근혜 정부가 아닌 새 정부를 대화 파트너로 삼겠다는 복안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강행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 실패한 중국은 후(後) 박근혜 정부를 겨냥했던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희망대로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중국 역시 한중 관계 개선을 희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외교·경제 등 각 분야에서 중국의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효율적으로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의 동맹인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선 북핵 문제 해결과 저성장 시대의 경제 문제 해결에 한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크다.

사드 해법과 관련해선 쉽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드 장비 도입을 결정하고 사실상 일부 배치까지 한 상황이어서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우선 큰 틀에서 한미 양국 간 모종의 합의를 한 뒤 한중 간 협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도 이미 사드 장비 배치가 이뤄진 상황을 고려할 때 돌이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 '사드 반대' 입장을 표명한 터라 대내외적으로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조처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국의 새 정부가 가능하면 이른 시간에 고위급 특사파견을 통해 중국의 양해를 구하며 사드 운용에 철저한 통제를 약속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문 당선인은 대선 후보 토론 당시 사드 배치 문제를 한미동맹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서 외교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역시 북핵 문제 심화와 사드 갈등·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미·일 3국 동맹이 강화된 탓에 외교적 입지가 크게 줄어 한중 관계 개선에 호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은 한미일 3국 동맹의 끈을 느슨하게 함으로써 자국의 영향력 확대를 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한국의 새 정부를 활용하려 할 공산이 크다.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으로서도 한국의 새 정부와 사드 문제를 가지고 계속 대립하기에는 부담되는 측면이 많다"면서 "중국도 그동안 한국과 대립각을 세워왔지만 새 정부를 통해 화해 분위기를 만들어보려는 조심스러운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 북핵해법에도 韓中 '한 클릭' 가까워질 듯

대북 강경론으로 일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문재인 당선인은 북핵 폐기를 전제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주장해온 중국과는 한 클릭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북핵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문재인 당선인의 생각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중 접점 공유 영역이 이전보다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국 간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중국의 의도대로 6자회담 재개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4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차 피력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바 있다.

다른 소식통은 "한국의 새 정부도 기본적으로 트럼프 미 행정부와 대북 정책을 조율해 가겠지만,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군사적 대립보다는 평화적 해결을 의도할 것으로 보여 북핵 논의가 이전과는 다른 양태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까지 가담시킨 고강도 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의 틀로 끌어내려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대북 정책을 무시한 채 한국의 새 정부가 독자적인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韓中 경제·문화 교류 단계적 개선될 듯

사드로 인해 양국 간 외교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이 사드 부지 제공 측인 롯데그룹에 대해 보복하고 한국 관광을 금지했으며 한국 연예인 출연 금지 조처를 함으로써 한중 간에 경제·문화 전쟁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으로 한중 양국은 경제와 문화 분야를 원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당면한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각종 경제 보복으로 올해만 한국은 8조5천억원, 중국은 1조1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양국 모두 작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중국 역시 자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이 작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명분으로 사드 보복 조처를 단계적으로 풀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중국 또한 주요 무역 파트너인 한국과 협력 증진을 통해 자국의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며 문화 분야의 교류를 막는데도 사실상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로 한국에 무차별적인 경제 보복 조치를 가하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 정점에 달했던 주중 한국기업들에 대한 사드 보복 조치가 4월 들어 잠잠해졌으며 한국 대선을 고려한 것 같다"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현재보다는 중국 내 경영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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