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당선] 강력한 국방개혁 '드라이브' 전망
임기내 전작권 전환·문민 국방장관·복무기간 18개월 등 공약
폐기된 상부지휘구조 재추진 의지…사드, '속성합의' 규명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공약대로 취임 이후 국방분야 개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문 당선인은 선거기간 기자회견이나 대선 공약집 등을 통해 '강력한 국방개혁'을 천명했기 때문에 취임 이후부터 개혁 과제들을 추려내 밀고 나갈 것으로 군 안팎에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공약집을 보면 문 당선인은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방개혁2.0'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위원회는 추진력을 발휘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 정부가 제시한 국방개혁 과제를 국방부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 독려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해 지지를 얻어 동력을 발휘하도록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이 큰 틀에서 이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방향을 완전히 뒤집기보다는 일부 조정 또는 보완해 나가는 선에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문 당선인은 '우리 스스로 국방을 책임진다'는 '책임 국방'을 제시했기 때문에 자주적 국방 강화에 비중을 둘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문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정부와 군, 정치권, 민간 참여 하에 차기정부 집권 1년 이내에 후속 개혁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군 균형 발전과 통합전력 발휘 극대화를 통해 미래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상부지휘구조 및 인력구조, 획득체계, 무기체계, 군인 사기·복지, 국방운영제도 등의 핵심과제를 재선정했다고 밝혔다.
상부지휘구조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계획했다가 지금은 유야무야됐다.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개편해 육·해·공군을 지휘하고, 작전지휘권이 없는 육·해·공군본부를 작전사령부급으로 바꿔 각 군을 지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부지휘구조 개편의 핵심이었다.
1차적으로 행정화·비대화된 군의 몸집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계획은 군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사라진 지 오래다. 새 정부 들어 이 계획이 재차 추진되면 또 말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약집은 "국방개혁 중장기 기본계획을 작성해 부대구조 개편 및 50만명으로 병력 감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개혁은 노무현 정부에서 '국방개혁 2020', 이명박 정부 때 '국방개혁 307계획', 박근혜 정부 때는 '국방개혁 2014-2030' 등의 이름으로 추진됐는데 새 정부에서도 이런 식으로 명칭을 부여해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란 설명으로 읽힌다.
상비병력을 2020년까지 50만명으로 감축하는 것은 노무현 정부 때 계획됐으나 이명박 정부 때 2022년까지 52만2천명으로 늘려 수정됐다. 새 정부에서 다시 50만명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2000년 초반부터 출생률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현재 35만명 수준인 20세 남자 인구가 2022년부터는 22~25만명 수준으로 급감해 현역 가용자원 부족이 예상된다.
국방부는 2023년부터 연평균 2만3천명의 현역자원 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50만명 수준으로 병력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병사 복무 기간을 육군 기준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이겠다는 것도 문 당선인의 공약이다.
복무 기간을 줄이는 대신 전투력 손실 방지를 위해 부사관을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는 "복무 기간 1개월을 줄이면 병력은 1만1천명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복무 기간이 18개월로 줄게 되면, 출산율 저하로 병력도 50만명 미만으로 재설정해야 하고 그럴 경우 간부 인력 수급에도 영향을 미쳐 간부 인력관리 제도의 전반적인 개편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임기 내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눈길을 끈다.
문민 국방장관은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도 검토됐으나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에서는 임기 중반 이후에 상징적인 조치로 순수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임명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문 당선인은 국방부와 방사청의 문민화율 70% 조기 달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미 목표율을 달성했으며, 방위사업청도 국장급 21개 직위 가운데 8명만 현역 장성으로 보임되어 있어 문민화 기준을 충족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문민화 목표를 더욱 높일지 관심을 끈다.
문 당선인의 공약집에는 임기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추진 의지도 담겨 있다.
임기 내에 전작권 전환 조건 재검토와 조기 전환을 위한 실질적 준비에 착수하겠다는 것이다. 한미는 '조건에 기초해' 전작권을 오는 2025~2026년쯤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보다 앞당기겠다는 것이 문 당선인의 공약인 셈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전작권 조기 전환 문제가 이슈화될 경우 보수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에 문 당선인은 지난달 2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 평화구상'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과 미사일을 억제하는 핵심전력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며 "북핵 대응을 위한 핵심전력인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 체제를 조기에 구축하고 우리 군의 독자적 감시·정찰·정보획득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력한 국방개혁으로 사이버전·대테러전·우주전 등 미래전에 대비하겠다"며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되돌려 받고, 미국의 전략자산은 적극 활용하되 우리 스스로 명실상부하게 국방을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대선 공약집에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략사령부'(가칭)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배치 비용 10억 달러(1조1천300억원)를 한국이 부담해 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는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등 극단적인 조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미 간에 사드 배치가 어떤 과정을 통해 갑작스럽게 합의됐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이면 합의는 없었는지 등의 전말은 철저히 규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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