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현장] 강릉산불 이재민 부부도 슬픔딛고 소중한 한 표

입력 2017-05-09 10:31
수정 2017-05-09 12:06
[투표현장] 강릉산불 이재민 부부도 슬픔딛고 소중한 한 표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대형산불이 발생한 강원 강릉지역의 피해주민들도 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제19대 대통령선거 강릉시 성산면 제1 투표소에는 9일 산불로 집이 전소한 이재민 김순태(81·강릉시 성산면 관음2리)·강순옥(79) 씨 부부가 찾았다.

투표 종사원들은 몸에 불편한데도 투표소를 찾은 강 씨를 끌어안고 보듬으며 격려했다.

김 씨의 집은 산불 첫날 전소해 부부가 강릉 시내 아들 집에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집이 다 타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 엄두를 못 내지만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라고 말했다.

심장 수술을 해 몸이 다소 불편한 아내 강 씨도 "아들이 태워주고 이웃이 부축해서 남편과 투표를 하러 왔다"라며 "국민으로서 투표는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당선될 대통령에게는 "나라가 편안히 잘 됐으면 좋겠다"라며 "산불 피해주민에게도 정부가 잘 지원해 줘 주민들이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김 할아버지의 짙게 패인 손바닥에는 아직도 검은 재가 남아 있었다.

집 일부가 산불에 소실된 홀몸노인 김재옥(82·여·성산면 어흘리) 씨도 성산면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김 씨는 "내가 투표를 얼마나 더 하겠느냐"라며 "국민 한사람으로서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해서 왔고 한 번도 투표를 기권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뭐 바랄 게 있겠느냐"면서도 "평화스러운 나라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라도 차기 대통령에 당부했다.

김 씨의 집에 붙은 불을 끄다 손목을 다친 김진걸(63) 씨도 깁스를 한 불편을 몸에도 투표소를 찾았다.

김 씨는 "이웃의 혼자 사시는 어르신 집이 위험해 불을 끄다가 손목을 다쳤다"라며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해서 왔다"라고 말했다.

이날 성산면 투표소 사무소에는 많은 유권자가 찾아 길게 줄을 선 채 기다려 투표를 해야 할 정도였다.

이날 강릉시선거관리위원회는 성산면 일대의 산불 피해 지역 주민이 투표에 불편함이 없도록 마을을 순회하는 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yoo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