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연기·지형'과 사투…강원 삼척 산불 잡는다
오전 헬기 28대·인력 3천833명 투입…진화율 90%
(삼척=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 삼척 산불 진화대를 지속해서 괴롭히는 것은 거센 바람과 자욱한 연기, 그리고 험준한 지형이다.
삼척 산불이 발생한 지난 6일 오전 11시 40분께 강원 삼척시 도계읍 점리 일대에는 초속 6m의 남서풍이 불었다.
이후 바람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져 이날 오후 2시를 기해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도계읍 일대는 평소에도 강한 바람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리는 협곡에서 몰아치는 강한 계곡풍이다. 풍향마저 변화무쌍한 돌풍이다.
강풍을 동반한 산불은 발생 첫날에만 산림 10㏊를 집어삼켰다.
7일과 8일에도 초속 8m에 이르는 강풍이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삼척시 관계자는 "진화 현장 체감 풍속은 기상청 자료의 두 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복병 강풍은 공중 산불 진화대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소화수를 날려버리는가 하면 헬기의 정확한 소방수 투하를 가로막았다.
두 번째는 진화 방해 요소는 연기다.
삼척 산불은 봄철 산불조심 기간 끝자락에 발생했다. 봄철 산불조심 기간은 이달 15일까지다.
나무에 새잎이 거의 다 핀 시기다.
신록은 마른 잎보다 불이 잘 붙지 않지만, 일단 타기 시작하면 진하고 강력한 연기를 동반한다.
지난 8일 건의령 일대 지상 진화에 투입됐던 태백시 관계자는 "공중 진화대가 큰불을 제압하면 즉시 잔불 정리 지상 진화대를 투입해 하는데 이번 진화현장은 새잎 타는 연기로 말미암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숨도 쉴 수 없는 가스실과 다름없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급경사로 악명 높은 백두대간 동쪽 사면에 불이 붙어 진화를 더욱 어렵게 했다.
콘크리트 마을 길을 차량으로도 오르기 버거운 첩첩산중이다.
자욱한 연기 속에 급경사, 절벽, 울창한 숲 등 곳곳에 위험지역이 도사린 산불 현장은 지상 진화대에게 난공불락 요새와 다름 없었다.
산불이 지난 8일 늦은 밤까지 저항한 건의령 터널 동쪽 계곡과 하고사리역 서쪽 절벽은 이번 진화현장 중에서도 가장 험준한 곳이다.
산림·소방당국은 삼척 산불 발생 나흘째인 9일 날이 밝자마자 헬기 28대, 인력 3천833명을 투입했다.
오전 9시 현재 진화율을 9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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