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보수, 통합이냐 각자도생이냐…정계개편 회오리 불까
대선결과 토대로 보수적통 노린 '노선 경쟁'에 일단 무게
바른정당 추가탈당 가능성도…지방선거 전 이합집산 이뤄질듯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19대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범보수 진영은 9년2개월여 만에 야당 신세로 전락했다.
'포스트 대선' 국면을 맞아 범보수 내부에서는 패배 책임론과 향후 진로를 놓고 갈등과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주목되는 관전 포인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놓고 분열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대선 패배를 계기로 다시 하나로 합쳐지느냐, 아니면 각자의 노선을 더욱 분명히 할 것이냐다.
비록 패배했지만 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최소한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일단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좀 더 커 보인다.
홍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샤이 보수'를 투표장으로 끌어내면서 지지층 결집에 상당 부분 성공했고, 유 후보는 집단 탈당 사태에도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로 '개혁보수'의 불씨를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 '태극기 민심'을 끌어안는 데 주력한 반면, 유 후보는 '낡은 보수'와의 절연을 선언하면서 젊은층으로 지지기반을 넓힌 터라 당장 섞이기가 쉽지 않다.
양당이 조금이나마 가능성을 엿본 만큼 당분간은 궤도 수정보다는 '보수 적통'의 자리를 놓고 노선 경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두 정당이 여름에 모두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어서 통합 논의보다는 내부 당권 경쟁에 더욱 시선이 쏠릴 수도 있다.
우선 홍 후보가 당을 최악의 위기에서 수습한 공로를 내세워 직접 당권 장악에 나설 경우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 문제 등을 놓고 잠복한 계파 갈등에 다시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바른정당 역시 유승민계와 김무성계의 '불안한 동거' 상태인 만큼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론부터 사사건건 충돌할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서 누가 각 당의 주도권을 잡느냐도 보수 진영의 미래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국당 비박계와 바른정당 김무성계가 각각 당을 장악하면 통합론에 속도를 낼 수 있겠지만, 반대로 한국당 친박계와 바른정당 유승민계가 각각 당권을 잡으면 평행선을 달릴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아울러 대선 득표율에서 양당이 큰 격차를 보인 만큼 바른정당의 탈당 러시가 재개될 여지도 있다.
황영철 의원의 탈당 철회와 정운천 의원의 잔류 선언으로 한숨을 돌린 상태지만, 대선 후 여론의 추이를 보고 한국당으로 넘어가는 탈당자가 더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추가 탈당이 현실화할 경우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을 바른정당의 붕괴 흐름이 빨라질 것이라는 염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1년도 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가 '범보수발(發)' 정계개편 논의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권 첫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보수 세력 궤멸을 우려하는 여론에 밀려 양당이 통합 절차에 착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예상이다.
게다가 지방선거 전 바른정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이 가속하면 한국당으로 사실상 흡수 통합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한국당 소속으로 지방선거를 치르고 싶어하는 지역 조직의 압박에 바른정당 의원 상당수가 한국당 복당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