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옛 심복'이 막힌 대만과의 교류 돌파구 마련하나

입력 2017-05-08 17:20
시진핑 '옛 심복'이 막힌 대만과의 교류 돌파구 마련하나

"中 민간단체 왕이푸 회장, 대만과 민간교류 주도 가능성"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옛 심복이 난항을 겪는 중국과 대만 간 교류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내 대만인의 거주를 지원하는 단체인 중화전국대만동포연의회(ACFTC)가 향후 대만 주민과 교류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8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ACFTC가 부상하는 이유 중 하나로 시 주석의 신임을 얻고 있는 왕이푸(汪毅夫)가 이 단체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점을 들었다. 왕 회장은 시 주석이 푸젠(福建)성 성장이던 1999∼2002년 부성장을 지냈다.

소식통은 왕 회장이 대만 문제 관련 시 주석의 핵심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왕 회장이 때때로 대만을 방문하고 대만 사회 각계각층과 정계 전반에 걸쳐 많은 친구를 만드는 등 대만 문제에 관해 세심하게 조사했다"고 말했다.

SCMP 등에 따르면, 과거 중국은 대만과 관련해 친중 성향 국민당과 대기업 등에 의존한 정책을 폈다. 그러나 친(親)독립 성향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작년 5월 취임한 이후이런 정책이 벽에 부닥쳤다.

이에 따라 대만 젊은층과 소기업에 집중하는 새로운 정책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무원 대만판공실과 가까운 소식통은 앞으로는 ACFTC가 중국 당국을 대신해 대만 젊은층과 소기업을 접촉하기 위한 민간 기구를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CFTC 회원인 황즈청(黃植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위원도 "중앙 당국이 대만에 대한 정책 기초를 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ACFTC가 향후 수년 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민간단체인 ACFTC가 대만정책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 것은 차이 총통이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명시적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한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관영, 반관영 채널을 통한 소통이 약화한 데 따른 것이다.

진빈 ACFTC 부회장은 대만이 92공식 인정을 거부한 결과 양안의 모든 공식 소통·대화 경로가 작동을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민간단체가 대만 젊은층에 중국 내 근무와 학습, 창업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며 그동안 ACFTC가 대만인 3만5천 명의 중국 내 근무와 학습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게다가 중국 정부의 대만판공실과 산하 기관이 작년 5월 취임한 차이 총통의 취임사에 대해 승인 신호를 보내는가 하면 작년 여름엔 대만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대표 선정에 서툰 대응을 하는 등 상황을 오판하거나 당국의 의도를 오해해 공산당 지도부를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한편, 대만 국민당 계열 국가정책연구재단의 쑨양밍(孫揚明) 부사무총장도 왕 회장이 대만을 자주 방문하고 친통일파 학자들과 연락을 유지했다며 ACFTC가 향후 양안 업무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대만 단장(淡江)대 왕쿤이(王崑義) 국제관계·전략학 교수는 민진당 관련 학자와 관리들이 중국 당국의 정치적 꼭두각시로 간주되는 ACFTC와 거의 접촉하지 않았다며 ACFTC가 시 주석의 양안 정책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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