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는 산유국 이전에 문명국…놀라운 유물 만나보세요"
특별전 위해 방한한 술탄 위원장…"양국 우호 강화하는 계기 될 것"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예술에 심취했다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수천 년 역사가 훌륭한 예술을 탄생시킨 것처럼, 사우디의 장구한 역사는 훌륭한 유물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살만 국왕의 장남인 술탄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61) 사우디 관광국가유산위원회 위원장은 7일 중구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만 잔뜩 있는 나라가 아니라 유서 깊은 전통을 가진 국가라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리야드에서 한국 사람을 많이 봤다는 술탄 위원장은 "한국이 지금의 위치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다채롭고 풍요로운 역사가 바탕이 됐다"면서 "사우디 역시 역사적 기반 위에 세워진 나라"라고 강조했다.
술탄 위원장은 9일부터 8월 27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으로 1985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호에 탑승해 '아랍인 최초의 우주비행사'가 된 그는 현재 사우디의 문화유산과 관광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사우디 관광국가유산위원회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2010년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을 시작으로 세계를 돌며 개최되고 있다. 100만 년 전부터 20세기까지 아라비아 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 466건이 나왔다.
술탄 위원장은 "사우디에는 산, 바다, 사막과 관련된 문화가 따로 있다"면서 "아라비아 반도는 사막화가 진행되기 전까지 열대초원인 사바나였고, 아직도 당시 동물과 인류의 유해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현생 인류는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이동했고, 일부는 반도에 남아 정착했다"며 "아라비아 반도는 고대 문명의 중심지였고, 여러 문화가 이곳에서 태동했다"고 덧붙였다.
아라비아 반도는 기원전 1700년께부터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인더스 문명 사이의 중계무역으로 번성했고, 기원전 6세기 무렵부터는 다양한 도시국가가 들어섰다. 이후 무함마드가 이슬람을 창시하면서 이슬람 문명의 뿌리가 됐고, 압바스 가문과 사우드 가문이 통치하는 왕국이 됐다.
술탄 위원장은 "아라비아 반도에는 다양한 역사적 층위가 반영돼 있고, 지금도 발굴조사를 통해 많은 문화재가 출토되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선사시대의 사람, 말, 사냥개 모양 석상은 물론 사우디의 근현대 미술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한국 도자기를 수집하고 있다는 술탄 위원장은 "이번 전시가 수교 55주년을 맞은 양국의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술탄 위원장은 사우디의 관광 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올해나 내년부터 외국인에게 관광비자를 발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관광공사와 협력해 한국인들이 사우디에서 고품질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중동에서 가장 많은 콘퍼런스가 열리는 나라입니다. 또 관광업은 사우디에서 가파르게 성장하는 산업이기도 하고요. 문화재 복원과 박물관 건립 작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폐쇄적인 국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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