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소리 엿듣는 '실버푸시' 앱…"도청·사찰 악용 소지"

입력 2017-05-08 14:00
주변 소리 엿듣는 '실버푸시' 앱…"도청·사찰 악용 소지"

인도·필리핀 중심 234개 발견…일부는 수백만건 다운로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마이크를 통해 주변 소리를 엿듣는 앱이 전 세계에서 234개 발견됐다고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과대학 연구진이 8일 밝혔다.

'실버푸시'라는 코드가 포함된 이 앱들은 도청이나 사찰 등의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어 사용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8일 브라운슈바이크대 연구진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논문 초고에 따르면 이 팀이 130만개의 앱을 포함한 안드로이드용 앱 데이터베이스를 검토한 결과 234개 앱이 올해 1월 기준으로 실버푸시 코드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앱은 2015년 12월에는 39개에 불과했으나 그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 중에는 필리핀 맥도날드, 필리핀 크리스피크림 등 유명 브랜드의 앱도 포함돼 있으며, 일부 앱은 다운로드 건수가 100만∼500만 건에 이르렀다.

이 앱 중 대부분은 인도나 필리핀 사용자들을 겨냥해 만들어졌으나, 안드로이드 앱 장터에 올라 오는 앱들은 대부분 여러 나라에 함께 배포되므로 한국 사용자의 스마트폰에도 이런 앱들이 깔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연구진은 "기기 추적은 사용자의 습관과 활동을 엿볼 수 있도록 해 주므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에 심각한 위협"이라며 초음파 신호 감지를 통해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알아내거나, TV 시청 습관을 파악하거나, 이 사용자가 보유한 다른 모바일 기기를 알아내는 등 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에 앞서 이 논문의 내용을 지난달 말 파리에서 열린 '보안과 프라이버시에 관한 제2회 전기전자공학회(IEEE) 유럽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실버푸시는 이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인도의 기술 스타트업이 만든 스마트폰용 코드로, 거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없는 18∼19 킬로헤르츠(kHz)대의 초음파 신호를 이용한다.

스마트폰의 마이크로폰으로 들어오는 주변 소리를 감지해 여기에 특정 초음파 신호가 포함돼 있으면 이를 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실버푸시 코드를 넣은 스마트폰 앱을 쓰는 사용자는 자신도 모르게 위치 추적이나 맞춤형 광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TV 프로그램 제작자나 광고주는 TV 프로그램·광고의 소리 부분에 초음파 신호를 넣어 두는 방식으로, 유통·요식업체 등은 매장에 초음파 신호를 내는 장치를 설치해 놓는 방식으로 각각 사용자의 행태를 추적할 수 있다.

작년 3월 미국 거래위원회(FTC)는 실버푸시 코드를 이용해 이용자 추적 기능을 구현한 개발사 12곳에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경고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또 실버푸시 코드는 초음파 신호를 감지하기 위해 일단 마이크를 통해 주변의 소리를 수집하며 이런 사실을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기 때문에 도청이나 사찰에 악용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도청이나 사찰에 악용된 사례가 적발된 적은 아직 없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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