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키우고 책 크기는 그대로…열린책들 '큰글자판' 총서
노년층·약시자 대상…'죄와 벌' 등 소설 6종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출판사 열린책들은 시력이 약해져 책을 읽기 힘든 노년층과 약시자를 위해 글자 크기를 키운 '큰글자판' 총서를 본격적으로 발간한다고 8일 밝혔다.
'큰글자판' 총서는 본문 글자 크기는 기존 책보다 2포인트 큰 12포인트로 키웠지만 판형은 기존 단행본 크기인 B6로 유지했다. 대신 전체 페이지는 30% 정도 늘어났다. 책 가격은 기존 책보다 1천원 비싼 1만4천800원으로 책정했다.
열린책들은 우선 자사의 스테디셀러 소설 중 '죄와 벌'(전 2권)과 '향수', '그리스인 조르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등 6권을 '큰글자판'으로 발행했다.
열린책들 관계자는 "대개 약시자를 위한 큰글자판은 글자뿐 아니라 책 크기도 커지는 것이 보통"이라면서 "그러나 독자의 상당수를 차지하게 될 노년층이 책을 집어들 때 무게 때문에 힘들지 않아야 하고 책의 휴대가 거추장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판형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큰글자판' 책은 공공사업으로 발간됐다. 한국도서관협회가 큰글자판으로 제작할 책을 선정해 제작비를 지원하면 출판사가 책을 제작한다. 제작부수는 책당 약 600권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은 전국의 공공도서관에 보내진다. 제작비 지원이 없다면 지속 사업으로 이어지기 힘든 구조다.
그러나 열린책들은 고령화 추세 속에 노년층 독서 수요와 청소년들의 시력 저하 현상 등을 고려해 큰글자판을 꾸준히 발행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해 도서관협회의 의뢰를 받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큰글자판으로 제작하면서 협회 의뢰분 외에 따로 발행했던 1천부가 모두 판매돼 재판을 찍었다.
김영준 열린책들 문학주간은 "언젠가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우선은 그동안 많이 팔린 소설 위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수요가 있다면 비소설로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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