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정책]⑨비정규직 해소와 근로시간 단축 적극 추진
최저임금 1만원·맞춤형 일자리 대책…청년고용할당제 추진
10%에 불과한 노조가입률을 대폭 높일 방침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핵심 노동정책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해소,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 연장근로를 포함한 법정 노동시간인 1주 상한 52시간 준수 ▲ 노동시간 특례업종·제외업종 축소 ▲ 공휴일 민간적용·연차휴가 사용촉진 등을 통해 실제 노동시간을 단축해 일자리 나누기 사업을 핵심 대선공약으로 제시해 왔다.
이중 법정 노동시간 관련 공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 중 한국 근로시간이 가장 긴 편에 속하지만 생산성은 뒤처진다고 지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OECD '2016년 고용동향'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인 1인 연평균 근로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OECD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인 1천766시간보다 무려 347시간이나 길다.
비정규직 해소도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2016년 현재 32%를 웃도는 비정규직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을획기적으로 줄이고 차별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지자체 공공부문 상시 일자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이 남용되지 않도록 '사용사유 제한제도'를 도입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해 임금·근로시간·성과급·퇴직금·사회보험·복지제도·경력인정 등 차별을 해소할 계획이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을 직접 지원하고, 도급과 파견 기준을 마련해 대기업의 불법파견을 근절시킬 방침이다.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대기업에는 '비정규직 고용 부담금제'를 도입하겠다고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가난을 걱정하지 않도록 2020년까지 최저임금(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해 근로자가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프랜차이즈 가맹 계약 또는 하도급계약에도 최저임금 보장제도를 도입하고, 시중노임단가(공공부문) 적용 의무화, 적정임금제(공공발주 하도급 임금보장) 시행으로 용역·도급 노동자의 임금도 보장할 방침이다.
성별·연령별 맞춤형 일자리 대책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청년고용의무 할당률을 높이고 적용범위를 공공기관에서 민간 대기업까지 확산시킨다.
청년고용할당제는 기업 임직원 수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청년을 매년 의무적으로 신규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현재 정원의 3%를 채용하도록 하는 공공기관 청년고용 의무 비율을 2020년까지 한시적으로 5%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민간 기업의 경우에는 종업원 1천명 이상 기업 5%, 500명 이상 기업 4%, 300명 이상 기업 3%로 정하고 시행하기로 했다.
또 의무 고용제를 성실 이행한 기관·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의무 고용제 불이행 기업에 고용분담금을 부과(청년고용지원기금)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추가고용지원제도를 새로 만들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 중소기업이 청년을 정규직으로 뽑으면 3번째 채용직원 임금 전액을 3년간 지원한다.
청년구직촉진수당도 도입할 방침이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취업준비생(청년 무직자 포함, 18∼34세 적용)이 중앙·지방정부의 공공고용서비스에 참여하면 수당을 지급한다. 전제조건으로는 이런 자발적 구직활동을 증명해야 한다.
청년이 존중받는 일자리도 만들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근로감독관을 확대하고 최저임금 전담감독관을 설치해 청년 체불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청년·아르바이트체당금제를 도입해 '체불사실인정'만으로 먼저 임금을 지급하고,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체당금은 도산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국가가 대신 지급해 주는 임금을 말한다.
아르바이트생에게 '30분 배달제'와 같은 부당한 업무지시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근로기준법' 상 금지하고 있는 폭행(제8조)에 지속적 폭언 등 정신·정서적 학대도 포함할 방침이다.
3개월 계속 근로를 제공한 청년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실업급여를 확대 적용(초단시간 포함)하고 퇴직급여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중년 일자리 대책도 내놓는다. 우선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기 위해 희망퇴직남용방지법을 제정할 방침이다.
청소·경비·급식 등 용역업체를 변경할 때 고용과 근로조건 승계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65세 이상 노인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노인일자리도 80만개까지 확대한다.
어린이 등하굣길 안전지킴이·우리 동네 야간 안전지킴이·우리 지역 환경 지킴이·급식도우미·보육도우미·택배수령 대행 서비스 등 사회적으로 수요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린다.
노인일자리 수당도 2020년까지 월 40만원으로 인상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일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우리나라 노동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인 '모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권리, 노조활동에 따른 차별금지, 자발적 단체교섭 보장'을 비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10%에 불과한 노조가입률을 대폭 높이고, 전체의 90%에 해당하는 노조 미가입 근로자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일정 기간 고용보험 납부 실적이 있는 비정규직·특수고용근로자를 위해 노조를 대신할 수있는 '한국형 노동회의소' 설립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동회의소는 모든 근로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 사용자를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에 상응하는 역할을 하는 법정 상설기구다.
노조 가입률이 10%에 불과한 국내 상황에서 비조직 근로자들의 법정노동단체를 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단위 창구단일화제도를 개선해 산업별 노사정 대화를 적극 지원한다.
'단체협약 효력확장제'를 정비해 지역 또는 산업 단위로 기본적 단체협약 확장 적용을 통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받지 못한 체불임금 채권 소멸시효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체불임금을 국가가 임금채권보장기금으로 대신 지급해준다. 반면 사용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 개념을 확대해 원청사업주에게도 산업안전 책임을 부여하고, 상시적으로 자행되는 유해·위험한 작업의 사내 하도급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또 산업재해 은폐 사업장의 사업주는 물론 은폐 가담 관련자를 모두 강력 처벌하고, 작업시 사용물질의 경우에는 '물질안전보건자료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근로자 건강권과 알 권리를 보호한다는 구상이다.
근로자 대표를 기업 이사회에 참여시키는 노동이사제는 공공부문부터 도입해 민간 기업으로 확산시키기로 했다.
그렇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 노동분야 현안이 수두룩하게 산적해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의 노동분야 정책은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일단 국회에 계류중인 각종 노동개혁 입법안도 많이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최대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합의에 실패하기도 했다.
5대 노동개혁 입법안(파견법·기간제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중 유일하게 논의했지만 이 마저 무산된 것이다.
근로기준법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다는 원칙적인 합의만 있었을 뿐 특별연장근로 한시 허용, 단계적 확대 등을 담은 노·사·정 대타협은 완전히 무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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