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탐색대화' 주목…비핵화협상 실마리 찾을까(종합)

입력 2017-05-07 22:04
수정 2017-05-07 22:08
美·北 '탐색대화' 주목…비핵화협상 실마리 찾을까(종합)

중대도발없이 4월 넘기자 美, 2월에 취소했던 1.5트랙 대화 재시동

새 정부 '통미봉남' 피하기 위한 긴밀한 한미 조율 필요할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4월 위기'를 충돌없이 넘긴 미국과 북한이 곧바로 1.5트랙(북한 당국자와 미국 민간 전문가가 만나는 형식) 대화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중요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일본 민영방송인 TV아사히는 7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이날 베이징을 경유해 유럽으로 출국했으며, 미국 민간 전문가와 만나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미북 간 1.5트랙 대화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간의 공식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코멘트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초 최선희 국장 등을 뉴욕으로 불러 1.5트랙 협의를 할 계획이었지만 2월 중순 화학무기를 사용한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하자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북한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4월 25일 군 창건일 등 주요 도발 계기에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하지 않으며 파국을 피하자 취소했던 1.5트랙 협의를 2개월만에 다시 추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협의는 '반민반관'의 한계는 있지만 지난달 6∼7일 미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핵 프로세스가 요동치기 시작한 이후 미북이 처음 마주 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 보인다.

대북 관측통들은 북한의 도발이 잠잠해지면 미북간 탐색 성격의 대화가 언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5월초라는 시점은 생각보다 빠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이 과연 비핵화 대화에 복귀할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탐색하려는 차원에서 이번 대화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으로선 아직 대북 협상에 나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등 진용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전직 관리 등을 내세워 탐색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라는 이름의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 놓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중국을 앞세워 고강도 대북 압박을 가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실행하고 있지만 비핵화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북한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한 미국 조야의 기류를 탐색하는 한편 자국을 조여오는 고강도 대북 제재·압박망에 '숨구멍'을 만드는 측면을 의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9일 한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꾀하고, 한창 진행중인 미·중 주도의 대북 제재·압박 강화 캠페인에 '김'을 빼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어 보인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한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대한 탐색을 하는 한편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기 위해 1.5트랙 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협의에서 미국 측은 비핵화 대화를 강조하고, 북한 측은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핵군축 회담을 하자는 주장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인 입장 차이 속에서도 향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는 작은 실마리나마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 새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고강도 대북 압박과 대화 가능성이 혼재하는 복잡한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제쳐둔 채 미국과 핵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이 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미국과의 긴밀한 정책 조율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의 미북간 1.5트랙 대화는 작년 10월 하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성렬 외무성 부상,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국가정보국장(DNI) 산하 비확산센터 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트럼프 대통령 대선 승리후인 작년 11월 중순에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최선희 국장과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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