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고치' 코스피…'들어갈까 말까' 고민되네

입력 2017-05-08 06:01
'사상최고치' 코스피…'들어갈까 말까' 고민되네

"대세상승장 시작 투자적기" vs "추격매수 '금물'"

원자재價 급락·보호무역 강화·수출대형주 장세 '복병'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코스피가 지수 공표 이후 3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코스피는 지난 4일 2,241.24로 마감하며 6년 만에 지루한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뚫고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005930]도 같은 날 227만6천원으로 마감, 연일 사상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1년 전에만 샀으면 1주에 100만원 이상도 벌었을 텐데 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미국의 뉴욕증시 등 글로벌증시의 역대 최고치 경신 행진에 동참한 한국증시도 그야말로 후끈 달아올랐다. 다른 주요국 증시에 비교하면 때늦은 느낌이다. 지난 2일 기준으로 주식거래활동계좌도 2천338만5천871개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그동안 관망해오던 투자자들도 덩달아 코스피의 방향성을 놓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세 상승장의 초입인지, 이미 고점에 도달한 증시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들의 손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 '두려우면 지는 것' 과감하게 투자할 때

코스피가 이미 고점에 도달한 상황이라면 차익실현을 하고 빠져나와야 할 때다. 그게 아니라면 예금금리 1%의 초저금리 시대에 모처럼 찾아온 대세상승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수익률을 올릴 기회가 달아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전문가들도 대부분 코스피시장이 대세상승장 진입초기로 장기 상승추세를 당분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지금은 한국증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기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8일 "박스권 상단을 뚫는 건 시간문제였지 당연한 수순이었다"면서 "지금을 박스권 상단의 고점으로 보면 부담스럽겠지만, 길게 보면 이를 돌파하는 시작점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점과 기업 구조조정의 효과를 박스권 돌파의 배경으로 제시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의 실적 향상을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았다.

허 사장은 "올해 한국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이 170조원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급 환경이나 증시 외부 요인을 봐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한국증시는 아무리 악재가 있어도 하락률이 5%를 넘지 않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허 사장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채권에서 주식으로의 투자금 이동을 의미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에 우리가 뒤늦게 동참하는 것"이라며 "2,000선 이상으로 올라간 박스권 하단의 하방 경직성도 확보됐다"고 분석했다.

오온수 KB증권 멀티에셋전략팀장은 기업 실적과 함께 한국증시의 저평가 상태를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증시에서 일부 거품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한국 시장은 가장 저렴한 시장"이라며 "한국증시에서 외국인이 순매수를 이어가는 이유 중 하나도 기업 실적이 좋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연구원은 "특히 4월까지 우려하던 지정학적 위험도 정점을 지났고 프랑스와 한국 대선 관련 위험도 일단락된다"면서 "5월이 4월보다 투자하기에 더 유리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 투자위험 여전…묻지마 투자는 쪽박위험 키워

한국증시에 대한 장밋빛 분석과 전망이 대세임에도 추격매수나 묻지마 투자는 '쪽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주가의 급등 여부만 따지지 말고 기업의 실적을 꼼꼼하게 따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식이라면 신고가나 사상최고가를 경신하며 더 갈 수 있다.

하지만 과거 주가보다 싸다는 이유로 투자해선 안 된다. 실적부진 등 주가 하락 원인을 제공한 기업내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주가 하락의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대형주 장세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주 위주로 투자 포지션을 잡지 않는 한 '남의 잔치'에 박수 치는 꼴일 수 있다"며 "지수가 오른다고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추격매수에 나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 역시 지금까지 부진했던 국내 중·소형주의 반등 가능성을 전망하면서도 대세 상승장이라고 믿고 가격이 싸다고 사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개인투자자들이 흔히 실수하는 게 주식의 내용보다 싸게 사려고만 덤비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10∼15개 종목 분산투자 ▲액티브 주식형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상승장의 투자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또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급락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한국증시의 상승 흐름을 제약하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 펀드매니저는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 신흥국 경기가 안 좋아지고 전반적인 경기 회복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한국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온수 팀장은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수출기업 타격으로 직결돼 한국과 같은 수출 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새 정부의 선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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