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진정인 당사자 조사한 영상녹화물 공개해야"

입력 2017-05-08 12:00
법원 "검찰, 진정인 당사자 조사한 영상녹화물 공개해야"

"당사자 녹화물, 비공개 대상 정보 아냐…막연한 염려로 제한하면 안 돼"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사건 진정인이 자신의 검찰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녹화물을 공개하라고 요구할 땐 원칙적으로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2부(김용석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검찰 측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영상녹화물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서울중앙지검에 경제 관련 범죄 의혹 사건을 진정했다가 검찰에 나가 진정인 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사 과정은 모두 영상 녹화됐다.

검찰은 해당 진정 사건을 '공람종결' 처리해 끝냈다. 공람종결은 더 조사할 필요 없이 사건을 끝내는 것이다. 주로 단순한 의혹 제기에 불과하고 마땅한 법적 조처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하는 사건에 내려지는 처분이다.

A씨는 검찰에 자신의 조사 과정이 담긴 영상녹화 자료 등을 열람·등사하게 해달라고 신청했다.

검찰은 그러나 검찰보존사무규칙상 불기소 사건 기록의 열람·등사 제한 규정을 들어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A씨는 관할 검찰청 검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검찰은 영상녹화물의 경우 수사의 방법과 절차가 녹화돼 있어 A씨가 이를 등사해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곤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검사 개인의 신분이 노출될 위험도 있어 공개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도 검찰이 영상녹화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기록 중의 의견서나 보고문서, 메모나 법률검토, 내사자료 등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할 수 있지만, 정보공개 청구자의 조사 과정을 담은 영상녹화물은 원칙적으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청구인을 상대로 한 영상녹화물이 공개될 경우 수사기관의 직무수행에 현저한 곤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해도 이에 대한 증명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녹화물 속에 조사자인 검사가 등장한다 해도 이는 공적 영역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 것을 촬영한 것에 불과하므로 문제 소지가 없다고 봤다. 조사 과정에서 이미 청구인에게 해당 검사의 신분이 노출된 만큼 사생활 침해 우려도 적다고 봤다.

재판부는 "만일 검사의 개인 식별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영상녹화물을 작성하지 않거나 검사가 영상녹화물을 작성할 때 조사자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게 필요한 조치를 하는 게 타당하다"며 "그런 조치 없이 영상녹화를 하고는 이를 이유로 정보공개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A씨로부터 영상녹화물을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서약서를 받아야 녹화물을 공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보공개 시 그런 제한을 부여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A씨가 정보를 오·남용할 우려가 있다는 막연한 염려는 정보공개법령에서 정하는 정보공개 방법 제한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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