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30)선거 후유증 털어내고 국민대통합 매진해야

입력 2017-05-08 07:00
[새 정부 과제](30)선거 후유증 털어내고 국민대통합 매진해야

통합의 열쇠는 새 대통령이 쥐고 있어…상대 편 포용하는 자상함 보여야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 협조 필수적…야당도 정치권 공동책임의식 필요

유권자도 대선 결과 승복해야…공동운명체 인식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하루 뒤면 대한민국 호의 새 선장이 결정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대한민국을 치유하고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촛불을 들면서 대한민국은 '혁명'에 준하는 대격변을 겪었고 국론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광화문 광장은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로 몸살을 앓았고 사회 곳곳에서 젊은층과 노년층이 세대 갈등을 일으켰다.

인터넷·모바일 공간은 건전한 공론장이 아닌 특정 후보를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빠'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가 역대 대선 중 가장 많은 15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원내정당 소속 후보만도 6명에 이르는 점은 현재 대한민국의 분열상을 방증한다.

보수와 진보로 정확히 양분돼 51대 49의 싸움을 벌인 지난 대선과 달리 이번 대선은 같은 진영 내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후보들이 양보 없이 대선 레이스를 완주했다.

진보 진영은 원내 1당인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로 나뉘었고, 보수 진영은 이른바 '정통 보수'를 주창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개혁 보수'의 기치를 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로 갈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진보·보수의 구분 자체를 거부하며 중도노선을 표방했다.

같은 진영 내 후보 간 다툼과 비방 역시 서로 다른 진영 후보를 겨냥한 공세 못지않게 치열하게 전개됐다.

하루 뒤면 진보·보수 혹은 중도 진영에서 새 대통령이 배출될 테지만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

우리 편, 상대 편으로 나뉘어 싸운 선거의 후유증을 털어내고 사회를 통합하는 것은 새 대통령에게 선택이 아닌 의무다.



국민대통합을 위한 첫 번째 열쇠는 새 대통령 본인이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이 낮은 자세로 모두를 끌어안는 자상함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먼저 갈등의 치유가 필요하다"며 "치유는 자상함에서 비롯되는데 새로 당선된 사람이 먼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절대선이고 경쟁자는 절대악이라는 생각으로 칼춤을 추려 해서는 안된다"며 "누가 되든 과반 이하의 지지율로 당선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칼춤을 추려 하면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대선 후보 5명이 끝까지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반 지지는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역시 최고 지지율은 40% 중반에 그쳤다.

국회 상황도 새로 출범한 정부에 유리한 구도가 아니다. 원내 1당인 민주당도 의석수는 120석에 불과하다. 자유한국당은 바른정당 탈당파 12명의 입당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100석에도 못 미치는 94석에 머물고 있다.

국회의원 의석수 40석인 국민의당과 20석의 바른정당, 6석의 정의당은 대선 기간 '미니정당 불가론'에 시달릴 정도로 국정 운영능력에 의문을 자아냈다.

새 대통령이 어느 정당에서 나오든 단독으로는 법안통과마저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칫하다가는 새 정부가 역대 '최약체'의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대선 후보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과반 지지는 기대하기 어렵고 국회마저 여소야대인 상황에선 이도 저도 못해보고 임기가 지나갈 수 있다"며 "하기 싫어도 협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급발진해야한다는 점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대선 다음 날 바로 임기를 시작해야 하는 19대 대통령은 곧바로 국무총리 후보를 지명해 국회 인준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총리와 장관 후보의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늦어지면 전 정부의 총리·장관과 함께 일하는 '동거정부'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비정상적인 동거정부 상황에선 새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펼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은 유력 대선 후보들도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통합정부 구성안을 내놨고 안철수 후보는 개혁공동정부추진위원회를 꾸렸다.

안 후보는 경쟁 후보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를 언급하며 집권하면 함께 힘을 보태 달라고 부탁했고,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을 지목해 국정운영에 참여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다만, 범보수 후보인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구체적인 협치 방안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말만 앞세운 통합·협치가 아니라 새 대통령이 협치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용화 한국외국어대 초빙교수는 "새 대통령이 관용과 포용의 대타협의 시대를 연다는 선언과 함께 다른 정치 세력 및 정당과 타협하고 협력해 나가는 내각 구성과 시스템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탄핵과 촛불에 의해서 만들어진 대선이 다시 한 번 갈등과 분열의 시대를 열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대한민국이 처한 여러 가지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데 장애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야당 역시 통합과 상생의 정치 문화를 이루는데 협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새 정부 출범 초 늘 반복된 정파 간 힘겨루기 등으로 새 정부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구태 정치를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도 새 대통령이 혼자 국정을 이끌어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1년 뒤 지방선거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야당이 새 정부 초반부터 정치공세를 펼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각 후보가 개헌을 공언한 것도 대선 후 정국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대선 과정에서 개헌 문제가 불거지자 주요 후보들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찬반 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선에서 야당이 된 쪽은 개헌문제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대선 후 개헌 논의가 여야 간 정쟁 양상으로 흐를 경우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헛바퀴를 돌릴 우려가 제기된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도 과거와 같은 구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합정치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치권이 공동 책임 의식을 가지고 과거와 다른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뿐 아니라 유권자도 결과에 승복하고 선거 기간 다툼을 벌인 상대편 역시 같은 국민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새 대통령을 지지한 국민은 승리에 도취해 교만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되고, 다른 후보를 지지한 국민도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며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탤 필요가 있다.

손호철 교수는 "촛불이든, 태극기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운명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며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전 국민이 협력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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