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삼척·상주 산불 '초속 15m' 강풍에 피해 커져

입력 2017-05-07 12:20
수정 2017-05-07 13:29
강릉·삼척·상주 산불 '초속 15m' 강풍에 피해 커져

80여㏊ 피해…산림청 "바람 불면 확산 속도 26배 빨라져"

(대전=연합뉴스) 유의주 기자 = 황금연휴 막바지인 지난 6일 강원도 강릉과 삼척, 경북 상주 등 3곳에서 난 산불에 전국의 산림 80여㏊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소실된 민가가 31채에 달한다.

7일 산림청에 따르면 전날 건조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강풍까지 불면서 전국에서 16건의 산불이 발생해 13건이 진화됐다.

올해 들어 발생한 산불이 모두 442건, 피해면적이 171ha라는 점에서 6∼7일 이틀간 올해 피해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산림이 소실된 셈이다.

강릉과 삼척, 상주 등 3개 지역의 산불은 모두 입산자 실화 또는 논두렁 소각으로 불이 난 뒤 순간 초속 15m의 강풍을 타고 크게 번졌다.

산림·소방당국과 지방자치단체가 진화에 어려움을 겪은 가장 큰 이유는 강한 바람에 불길 확산 속도가 워낙 빨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산불이 났을 때 바람이 불면 확산 속도가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람이 없을 때의 산불은 화염이 높지 않고, 분당 0.57m의 느린 속도로 이동했다.

하지만 바람이 초속 6m로 불 때는 화염이 커지고, 분당 최대 15m까지 확산(경사 30도 기준)하는 것이 관찰됐다.

바람이 없을 때와 비교해 26배 이상 빨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 동해안 산불, 2002년 충남 청양·예산 산불, 2005년 강원도 양양 산불 등 피해면적이 넓은 대형 산불은 대부분 봄철(3∼4월)에 발생했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강한 편서풍의 영향으로 산불이 빠르게 퍼졌기 때문이다.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에 옮겨붙는 형태의 산불인 '수관화'(樹冠火)는 산림의 상단부가 타기 때문에 바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산불의 확산 속도를 올리는 것은 물론,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2000년 동해안 산불 당시 순간 최대풍속 23.7m/s의 바람으로 불씨가 산과 하천을 넘어 2㎞까지 날아간 사례가 있었다.

2013년 도심에서 발생한 포항 산불 당시에는 20여 차례의 비화가 발생, 날아든 불똥으로 가옥 111채가 불에 타고 27명(사망 1명, 부상 26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이날 강릉시청에서 브리핑하고 "산림 내에서는 소각, 흡연과 같은 불씨취급을 철저히 금지하는 등 산불예방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6시 중앙산불사고수습본부를, 국민안전처는 산불대책지원본부를 가동해 상황관리와 산불진화, 조사, 복구 등 산불대응을 강화했다.

진화가 끝나면 정부 차원의 정밀조사를 하고, 피해복구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지원대책 등을 강구할 계획이다.

ye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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