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환까지 세이브…LG, 또 한 명의 마무리 빚어내다
최동환, 두산과 라이벌전 1⅔이닝 무실점으로 올해 첫 세이브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최동환(28·LG 트윈스)의 올해 첫 세이브이자 통산 3호 세이브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경기 막판 갑자기 제구력이 말을 듣지 않았고, 등 뒤에 주자가 쌓이면서 입술은 바짝 말랐다.
한 방이면 동점을 넘어 역전까지 허용할 상황에서 최동환은 마지막 힘을 끌어냈다.
포수 미트만 보고 한복판에 가장 자신 있는 강속구를 던졌고, 그렇게 경기를 마무리하며 팀 승리를 지켰다.
최동환은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방문 경기에 7-5로 앞선 8회말 1사 후 등판해 1⅔이닝을 2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올해 첫 세이브를 챙겼다.
2009년 LG에 입단한 최동환은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는 투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신인으로 개막 3연전에 모두 등판할 정도였지만, 고질적인 제구 불안을 노출해 1승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7.07로 시즌을 마쳤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도 1군에서 자리 잡지 못하던 최동환은 지난해 야구에 눈을 떴다.
26경기에서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1을 올렸고, 올해는 불펜 핵심 선수로 거듭나며 필승조에 합류했다.
승리조 중간계투와 마무리 투수의 무게감은 차원이 다르다.
8회 등판한 최동환은 두 타자를 깔끔하게 막았지만, 9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고전했다.
첫 타자 양의지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가볍게 처리한 최동환은 박건우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내줬다.
국해성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낸 뒤 오재원에게 우익수 앞 안타를 맞고 1, 3루 실점 위기에 몰렸다.
아직 마무리 경험이 많지 않은 최동환은 심리적으로 쫓겼다.
김재호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 끝에 볼넷을 내줘 베이스가 꽉 찼다.
벤치가 움직였다. 양 감독은 천천히 마운드를 향해 걸어갔다.
심판은 '교체할 거냐'고 물었지만, 양 감독은 한마디만 하고 내려가겠다며 최동환의 어깨를 두드린 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결국, 최동환이 마지막에 선택한 건 정면 대결이었다.
민병헌을 상대로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났다.
2구째는 시속 147㎞ 직구. 민병헌의 배트가 최동환의 힘에 밀리며 3루수 땅볼로 경기가 끝났다.
주전 마무리 임정우의 부상으로 LG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 중이다.
신정락(7세이브)과 정찬헌(2세이브), 윤지웅(1세이브)에 이어 최동환까지 가용 가능한 자원으로 거듭났다.
경기 후 최동환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 "위기 상황에서 더그아웃을 봤는데, 감독님이 믿고 던지라는 몸짓을 해주신 게 크게 도움이 됐다"며 그제야 긴장을 풀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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