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청년·비정규직, 위로 필요한분 손!"…文, 홍대 '프리허그'(종합)
경호 돌발상황 우려에 행사포맷 '묘수'…"필요한 사람에 우선권"
인파 '문재인' 연호…무대 앞 촘촘히 경호원 배치·경력 660여명 투입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최평천 기자 = 6일 저녁 6시50분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근처 걷고 싶은 거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운집한 3만여명(당 추산)의 인파 속에서는 함성과 함께 '문재인' 연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사전투표 최종 투표율 25%를 훌쩍 넘긴 기념으로 진행된 '프리허그' 행사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다.
앞서 문 후보는 3일 여의도 중앙당사 앞에서 사전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한 뒤 투표율이 25%를 넘기면 홍대거리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했고, 최종 투표율은 26.06%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투표율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였지만 이날 '프리허그'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문 후보 스스로도 인사말을 하면서 "진짜 선거혁명의 완성은 9일인데 우리가 너무 일찍 김칫국물을 마시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면서 "우리가 조심스럽게 더 5월 9일을 다짐하는 마음으로 프리허그를 해주시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이날 초미의 관심사는 문 후보에 대한 경호 문제였다. 열린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몰릴 뿐만 아니라 가까이에서 신체접촉을 하는 '허그' 방식이 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내 우려 사항으로 떠올랐다.
게다가 전날 '프리허그' 행사가 알려지면서 한 20대 네티즌이 문 후보를 암살할 것이라는 글을 인터넷상에 올렸다 검거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 터였다.
문 후보 측은 궁리 끝에 '묘수'를 짜냈다. "프리허그가 필요한 시민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행사 콘셉트를 잡고, 무대 위로 '조건'에 맞는 시민들을 초대해 토크를 진행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취하면 무분별하게 인파가 몰리는 부작용을 차단하는 동시에 안전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문 후보 측의 판단이었다.
실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고민정 선대위 대변인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에서는 '모태솔로'(태어나서 한번도 이성교제를 하지 못한 사람), '유기견을 키우는 시민' '오늘 생일을 맞은 사람' '취업 원서를 내 놓고 연락을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 등이 '프리허그'의 조건으로 제시됐다.
이에 따라 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모태솔로와 유기동물이 고통받지 않는 세상을 꿈꾸는 청년, 생일을 맞은 임신부와 비정규직 노동자 등 총 22명이 문 후보와의 허그 기회를 얻었다.
문 후보 측은 아울러 문대 앞쪽에 촘촘히 경호원들을 배치해 혹시 있을 '돌발 상황'에 대비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사복경찰 인력도 인파 중간중간에 배치됐다. 관할 경찰서에서 660여명의 경력을 파견했다고 한다.
무대 옆쪽에는 바리케이트를 치고, 뒤쪽으로는 차량으로 막아 후방에서의 접근을 차단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상 정한 '선'을 넘지 않기 위한 당부도 이어졌다.
조국 교수는 "오늘 행사는 선거운동이 아니라 투표 독려행사이기 때문에 후보가 요청하면 '문재인'을 외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저나 고 대변인이 구호를 요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잠시만"이라고 한 뒤 "저도 저의 지지를 요청하거나 제가 연호를 요청하면 안된다. 여러분께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괜찮다"라고 '정정 공지'했다.
행사를 약 40여분간 짧게 진행한 것도 이런 안전 이슈를 고려한 조치라고 문 후보 측은 설명했다.
'프리허그' 행사로 알려진 이날 이벤트의 공식 명칭은 '투표참여 릴레이 버스킹 보트(vote) 0509' 였다.
이름에 걸맞게 문 후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꼽히는 이은미씨와 가수 강산에씨, 작곡가 김형석씨 등 대중음악가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이은미씨는 문 후보와 함께 애국가를 불렀고, 김형석씨는 전자키보드로 즉석에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연주하면서 현장 분위기를 돋웠다.
토요일 저녁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장소인 터, 주변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젊음의 거리 근처 음식점과 호프집에서도 손님들이 창문을 활짝 열고 멀리서 환호를 보냈다.
다만 짧은 시간 거대 인파가 몰리면서 근처 도로에 통행 장애가 발생해, 지나가는 차량과 시민들 사이에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문 후보 측은 이날 '프리허그'를 '국민허그'라고도 이름 붙였다. "간절한 후보의 마음과 간절한 국민의 마음이 만난다는 의미"라고 권혁기 수석부대변인은 설명했다.
문 후보는 행사를 마치면서 "나는 벌써 투표했지롱, 하면서 놀지 마시고 9일 투표 안 한 주변 분들을 찾아서 설득해 투표장으로 보내달라"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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