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난민 밀송출조직 결탁 의혹 속 지중해서 난민 대규모 구조

입력 2017-05-06 18:25
NGO-난민 밀송출조직 결탁 의혹 속 지중해서 난민 대규모 구조

"3천명 구조·시신 7구 수습"…NGO-밀송출 조직 공모 공방 지속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 구조에 힘을 보태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일부가 아프리카 난민들의 주요 출발지인 리비아의난민 밀송출 조직과 공모하고 있다는 '짬짜미'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중해에서 또 난민이 대규모로 구조됐다.

이탈리아 해안경비대는 5일(현지시간) 지중해 리비아 연안에서 표류하는 20여 척의 소형 보트들을 발견, 약 3천 명의 난민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구조 작업에 참여한 NGO에 의해 7구의 난민 시신도 수습됐다. 수습된 시신과 구조된 난민들은 순차적으로 이탈리아 남부 항만에 도착하고 있다.

이날 구조된 난민들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NGO인 SOS 메디테라네가 처음 발견했고, 이후 구조 작업이 난항을 겪자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국경없는의사회(MSF) 등도 구조에 가세했다.



MSF가 수습해 이날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으로 옮겨진 시신 6구 가운데 5구는 16∼35세 사이의 여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몰타의 민간구조 단체인 MOAS가 수습한 나머지 1구는 젊은 남성의 시신이었다. 그는 야구 모자를 달라는 난민 밀송출 조직원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MSF와 세이브더칠드런 등 지중해 난민 구조에 동참하고 있는 주요 NGO는 이날 이탈리아 상원에 출석, 최근 제기된 NGO와 리비아난민 밀송출조직과의 공모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미켈레 트라이니티 MSF 수색·구조 조정관은 "우리가 아마도 난민들에게 목소리를 내게끔 하고, 난민 위기에 대응하는 데 실패한 유럽을 비난하기 때문에 정치적 공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난민들의 유럽행 관문이 되고 있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카타니아 검찰청의 카르멜로 주카로 수석 검사는 지난 달 하순 "일부 NGO와 리비아의 난민 밀송출조직이 직접 접촉하고 있으며, 몇몇 NGO는 난민 밀송출조직의 자금지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면서 난민 구조 NGO와 리비아 밀송출조직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주카로 검사가 확정적 증거 없이 인도적인 목적에서 난민 구조에 나서고 있는 NGO를 겨냥했다는 비난이 일었음에도 안젤리노 알파노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주카로 검사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고 말해 파문을 더욱 키웠다.

여기에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북부동맹 등 이탈리아 야당들도 주카로 검사에 동조하며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시칠리아 섬 시라쿠사 검찰의 프란체스코 파올로 조르다노 검사는 지난 2일 상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는 NGO와 난민 밀송출업자가 은밀하고, 불법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주카로 검사와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파문이 확산하자 지난 4일 "매일 매일 지중해에서 목숨을 구하고 있는 NGO 자원봉사자들과 해안경비대, 해군에 감사를 표한다.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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