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여성 공공서비스 이용시 男보호자 동의제' 폐지
여권 제한 제도 '마흐람' 일부 완화…유엔 CSW 위원국 선출 영향인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살만 빈압둘아지즈 알사우디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여성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남성 보호자(마흐람)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칙령을 내렸다고 현지 매체들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살만 국왕은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명확히 근거한 경우가 아니면 여성이 관공서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마흐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칙령을 발표했고, 곧 시행될 예정이다.
마흐람 제도는 사우디 여성이 성인이라도 각종 법률행위뿐 아니라 외출, 여행 등 개인 활동을 할 때 아버지나 남편, 남자 형제의 동의를 받거나 동행해야 하는 제도다.
이는 사우디에서 여권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지적되고 있다.
사우디 국왕의 이번 칙령은 사우디가 지난달 19일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 위원국에 선출된 것과 시기적으로 맞물린다.
대표적 여성 차별 국가인 사우디가 '여성 유엔총회'로 불리는 CSW 위원국에 선출되면서 국제적 논란과 비난이 고조되자 이를 무마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 칙령으로 사우디 여성이 어떤 공공서비스를 주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우디 일간 오카즈는 여성의 관공서 근무, 여권 발급·갱신, 공문서 발급, 해외 출국 등이 남성보호자의 동의 없이도 가능해질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여성의 운전 금지는 유지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사우디 여성 운동가 사하르 하산 나시예프는 AFP통신에 "우리는 갈 길이 멀었다"며 "남성보호자 제도는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