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도 운전면허 딸 수 있어요. 도전!"
서울 강남구·강남경찰서 운전면허교실…필기시험 강의에 학원비도 지원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상상도 못 했죠, 제가 한국에서 운전하고 다닌다는 건…. 어려운 용어도 많고, 법도 복잡하고. 기회가 없었다면 도전도 안 했을 텐데 정말 모두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중국동포 출신 신순금(45)씨는 2010년 아버지, 남편, 아들 등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둥지를 틀었다. 처음에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느라 운전면허를 따는 일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나 뿐인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다. 또래 친구들이 엄마 손을 잡고 여기저기 놀러 다니는 것을 부러워하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켠이 아려왔다.
'나도 운전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이따금 들기는 했지만 신씨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시험에 합격할 자신도 없는 데다 돈은 돈대로 들 듯해 마음을 접었다.
그러던 중 2015년 하반기 강남구와 강남경찰서가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교실을 운영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경찰이 직접 도로교통법규를 가르쳐준다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수강생이 신씨를 포함해 2명뿐이었지만 수업은 계속됐다. 중국어로 된 교재로 공부했고, 이해가 가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물어봤다. 그 결과 신씨는 지난해 5월 필기시험에 단번에 합격했다.
문제는 장내 기능시험과 주행시험이었다. 브레이크, 엑셀 등 기본적인 자동차 용어가 외국어로 돼 있어 신씨에게는 모든 게 생소했다. 운전학원에 다니면 해결될 문제지만 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은 필기시험 강의를 해줬던 강남경찰서 외사계 소속 하경수 경사다. 하 경사는 학원비를 지원해줄 곳을 찾아 여기저기 발품을 판 끝에 강남구에 있는 소람한방병원에서 후원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9월 병원 측은 300만원을 지원했다. 또 신씨를 포함한 필기시험 합격자들이 운전학원에서 주행시험을 대비할 수 있게끔 학원비를 대납해줬다. 신씨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지난 3월 운전면허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강남구와 강남경찰서가 마련한 이 프로그램으로 신씨를 포함, 결혼이주여성 등 외국인 10명이 '1기생'으로 운전면허를 땄다.
신씨는 7일 "한국에서 운전대를 잡게 된 것도 자랑스럽지만, 먼 타지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게 뿌듯하다"며 "이렇게 한국 사회 일부로 녹아들어 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람한방병원은 지난달 26일 강남경찰서에 후원금 500만원을 추가로 전달했다. 신씨 뒤를 이어 '2기생' 10명이 필기시험 합격 후 이 후원금으로 운전면허 학원에 다니며 장내기능과 도로주행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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