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오래 사세요"…꽃단장하고 카네이션 받은 위안부 할머니들

입력 2017-05-06 13:27
"오래오래 사세요"…꽃단장하고 카네이션 받은 위안부 할머니들

나눔의 집 효 잔치…"공식사과·명예회복 위해 행동하자"

(광주=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시집가는 날 같네. 나 어때 소녀 같지 않아?"

6일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열린 '꽃보다 아름다운 할머님들을 위한 추억 만들기 효(孝) 잔치'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9) 할머니가 메이크업하며 이렇게 농담을 던지자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5월 가정의 달이자 어버이날을 앞두고 마련한 이 날 행사에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와 정병국 의원, 정기열 경기도의회 의장, 자원봉사자, 학생 등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매년 효 잔치가 열렸지만, 이날은 작은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아흔 나이의 할머니들이 잠시나마 소녀 시절로 돌아가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미용·의상·사진 분야 전문가들이 뜻을 모았다.

헤어메이크업은 '파크뷰 칼라빈' 서일주 대표, 맞춤 실크 한복은 '강남 이선영 한복'의 이선영 원장, 사진은 '튜립 아카데미' 박찬목 작가, 오래 기억하고 간직할 액자 제작은 '튜립 아카데미'박관일 대표가 재능을 기부했다.

이번 깜짝 이벤트를 제안한 박 대표는 "연세 드신 할머니들이 하루만이라도 가장 아름답고 소중했던 시절로 되돌아가셔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함께 참여한 재능기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꽃단장'에는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 10명 가운데 불편하지만 그나마 거동이 가능한 이옥선(90)·박옥선(93) 할머니와 외부에 거주하는 이용수(89·대구)·안점순(89·수원)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4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어머니의 마음' 제창, 카네이션·선물 전달, 자원봉사 학생 인권상 수여, 엘리펀트 크라우드 후원 협약, 위문 공연, 할머니들 노래자랑 등이 이어졌다.

유승민 후보는 축사에서 "저뿐만 아니라 어느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일본과 맺은 위안부 합의를 반드시 재협상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끝까지 응하지 않으면 당연히 이런 합의는 파기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나눔의집 원장 원행 스님은 부원장 호련 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전쟁범죄이자 인권유린으로 가해국 일본 정부가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해야 하는데 일본 정부는 망언과 망발로 또다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며 "인권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고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오늘 효 잔치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명예회복을 위한 실천적인 행동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한일) 합의안은 잘못됐으니 파기해야 한다"며 "새로운 대통령은 공식사죄를 받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게 우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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