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안철수, 광주서 30분간 열변…"국민의 손으로 기적을"(종합)

입력 2017-05-06 21:03
수정 2017-05-06 21:09
'뚜벅이' 안철수, 광주서 30분간 열변…"국민의 손으로 기적을"(종합)

"녹색 태풍으로 정치혁명 완수…함께 걷고, 함께 싸워달라"

野 심장부 광주서 사흘째 '뚜벅이 유세'…인터넷 조회수 140만 돌파



(광주=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신발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국민과 함께 걷고 또 걷겠습니다"

6일 오후 6시, 광주 동구 금남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사흘간 메고 다니던 배낭을 잠시 벗고 유세 차량 무대에 올랐다. 오랜만에 밟은 연단이었다.

대선을 사흘 앞두고 그는 국민에게 늦지 않았다고 했다. 함께 걷고, 함께 싸우자고 했다.

무등빌딩 앞을 가득 메운 광주 시민들 앞에서 그는 30분 가까이 열변을 토했다. 지난 광화문 연설 이후 최장 시간이었다.

안 후보는 "광주가 키워주신 저 안철수, 광주정신을 바탕으로 우리 대한민국을 꼭 바꾸겠다"며 "강력한 녹색 태풍의 기적으로 정치혁명을 완성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모든 여론조사를 뒤집는 대역전극이 펼쳐진다. 바로 국민의 손으로 기적이 일어난다"면서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긴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면서 배낭 하나만 둘러매고 유권자들을 찾아가는 '걸어서 국민속으로' 유세, '뚜벅이 유세'가 마침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자신했다.

도보 유세에서 좀처럼 지지를 호소하지 않던 그는 이날 공식 유세에서 만큼은 '표를 달라'고 했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안 후보는 "내일 모레 계속 걷겠다. 가능하신 분들 저와 함께 걸어주십시오"라면서 "저 안철수 기필코 승리해서 대민 미래를 열겠다.변화와 미래를 위해서 끝까지 투쟁하겠다. 승리의 순간까지 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절실한 마음으로 전진하겠다"며 30분간의 연설을 마무리했다.

안 후보는 '국민 속으로 120시간'을 내걸고 지난 4일 대구에서부터 '뚜벅이 유세'에 돌입했다. 전날에는 고향인 부산에서 비를 맞으며 1만3천 보를 걸었다.

안 후보는 이날 아침 7시 전날 입었던 카키색의 면바지와 트레킹화 차림 그대로 남광주시장에 나타났다. 휴대용 휴지와 물티슈, 생수병, 방수용 점퍼가 담긴 검은색 배낭 역시 그대로였다. 상의만 연두색 남방으로 갈아입었다.

한데 엉킨 수십 명의 시장 상인과 손님들은 안 후보가 시장 한 바퀴를 다 돌 때까지 응원 행렬을 이뤘다.

시장에서 한 50대 남성이 "걸어서 어디까지 가시렵니까"라고 하자 안 후보는 "저 땅끝까지 가보려고요"라고 했고, 어떤 중년 남성은 "안 후보가 1천500억원 기부한 걸 모르는 사람이 많다. 적극적으로 좀 알리시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시장에서 만난 노점상 할머니는 기자에게 "여긴 싹 다 안철수여. 근디 지지율이 안 좋다고해서 을매나 짠한지 아요"라고 했다.

10시간 넘게 이어진 도보 유세에서 그는 이따금 '게릴라 연설'도 펼쳤다.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지형지물은 모두 어엿한 연단이 됐다.

오전 각화동 농산물 시장에선 청과물 경매를 진행하는 약 70㎝ 높이의 단상에, 오후에는 길을 걷다 거리에 있는 환풍구에 껑충 올라서기도 했다.

사흘째로 접어든 '뚜벅이 유세'는 어느덧 '팬덤'으로 진화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이날 광주 시민들은 안 후보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는 길목마다 서서 그를 기다렸다. 안 후보는 마치 마라톤 선수처럼 곳곳에서 시민들이 전해주는 물과 음료와 간식을 받아먹고 모자란 수분과 영양을 '공급'받았다.

'안철수의 생각' 등 안 후보의 주요 저서를 들고 지키고 선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인해 줄 시간이 어디 있겠느냐며 '셀카 한방'으로 만족해했다.

모두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톡 등 안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는 SNS를 보다가 거리로 뛰어나온 시민들이었다. 먼 지방에서 온 '극성팬'도 있었다.

이날 '걸어서 120시간' 캠페인 영상을 인터넷에서 조회한 횟수는 140만 건(페이스북+유튜브)을 넘겼다. 페이스북 도달 수(게시물이 노출된 사용자 수)는 무려 600만 건에 달했고, 동시접속자수는 한때 사흘간 최대치인 5천900명을 기록했다.

전날 대구에서 지하철을 주로 탔던 안 후보는 이날 광주에서는 먼 거리를 이동할 때 버스를 애용했다.

점심을 마치고 인근 롯데아울렛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의대생(본과 2년)과 보험수가 조정 문제를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 학생이 "건강보험료를 올리면 반대도 심할 텐데"라고 하자 "보험수가를 낮게 책정해서 모두 종합병원으로 몰려간다. 그래서 메르스도 확산됐다"면서 "비급여도 등록하고 신고하게 해서 투명화하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버스에 있던 과학고 학생과는 사교육 문제 해법을 놓고 견해를 주고받기도 했다.

안 후보는 금남로 연설에서 "내일이고 모레고 계속 걷겠습니다. 가능하신 분들, 저와 함께 걸어달라"고 했다.

그가 왼손목에 찬 웨어러블 기기 '핏빗(Fitbit)'은 이날 총 1만2천338보(8.9㎞)를 걸었다고 알려줬다.

안 후보는 일요일인 7일에는 서울 곳곳을 누비며, 뚜벅이 유세를 이어간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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