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그저 '게임'인데…머리 쪽에 강속구를?"
인터뷰에서 '보복구' 만연하는 메이저리그 전통 비판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경기 중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추신수(35·텍사스 레인저스)가 가장 화낼 때는 동료가 위험에 처한 순간이다.
추신수는 2일(한국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동료가 투구에 맞을 뻔하자 가장 먼저 마운드로 뛰어나가는 '프로 정신'을 보여줬다.
이 사건으로 텍사스 선수단은 다시 한 번 동료애를 확인했다. 그리고 추신수는 5일 지역 라디오 '105.3-FM'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6회초 텍사스 공격에서 휴스턴 선발 랜스 매컬러스는 시속 156㎞ 강속구를 타자 마이크 나폴리 등 뒤로 던졌다.
고의로 던졌다고 생각한 나폴리는 마운드 위로 걸어갔고,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쏟아진 가운데 추신수는 매컬러스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추신수는 "빈볼 시비는 경기의 일부라는 걸 안다. 이곳(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뛰었기에 (상황에 따라 타자에게 위협구를 던지는) 전통을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매컬러스는 강속구 투수다. 그건 정말 위험한 행동이다. 단지 '게임' 아니냐(It's just a game)"라며 위협구가 만연하는 메이저리그 문화를 꼬집었다.
앞서 휴스턴은 텍사스 선발 앤드루 캐시너의 투구에 호세 알투베, 율리 구리엘 등 핵심 선수 두 명이 맞았다.
게다가 직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던 나폴리의 등 뒤로 공이 날아오자 텍사스 쪽에서는 고의성을 의심했다.
추신수는 "캐시너가 두 명의 타자를 일부러 맞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몸쪽으로 던지려 했을 뿐"이라고 동료를 감싸고는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전통적인) 상황은 패스트볼을, 강하게, 투수가 타자 등 뒤로 던지라고 유도했다. 사실 (이러한 잘못된 전통을 지키는) 모든 팀에게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난 단지 투수들에게 타자 머리로만 던지지 말아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벤치클리어링 상황에서) 누가 날 말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아마 2루심이 날 밀치며 '뒤로 물러나'라고 반복했던 것 같다. 이후 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타자는 타석에 설 때마다 투수의 공에 맞을지 모른다는 공포심과 싸워야 한다.
추신수는 2013년 메이저리그 최다인 26차례나 몸에 맞고 1루에 나가 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11년과 2016년에는 투구에 맞아 뼈가 부러져 부상자 명단(DL)에 오르기까지 했다.
한편 추신수는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을 때 가장 격하게 행동하는 동료로 카를로스 고메스를 꼽았다.
추신수는 "고메스는 상황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마운드로 달려가는 선수다. 제어하기도 힘들다. 그를 말리려면 3~4명의 선수가 필요할 정도로 힘도 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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