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어린이날은 투표날…박수와 함께 종료(종합2보)

입력 2017-05-05 18:34
수정 2017-05-05 18:35
[사전투표] 어린이날은 투표날…박수와 함께 종료(종합2보)

놀러 가기 전 투표, 환자복 입고 투표, 삼대가 인증샷…장애인 투표 불편 호소도

"정직하고 깨끗한 대통령 기대" 새 정부에 기대 만발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19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서울 시내 사전투표소 투표 열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전날처럼 '1호 투표자'가 되려고 밤을 지샌 사람은 없었지만, 새 정부를 향한 각자 기대를 품고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은 마감시간인 오후 6시까지 끊기지 않았다.



마포구 아현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선 오후 5시 55분께 투표소 앞 안내원이 "투표하실 분들 빨리 오십시오"라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5분 뒤 마감시간이 되자 투표소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승강기 앞에서 시민들을 안내하던 투표안내원 서준상(66)씨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밀려오니 의자에 앉을 새도 없다"며 "운동화 대신 구두를 신고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투표에 뜨겁게 관심을 가진 것이 얼마만인가 싶다"고 웃었다.

아현동 주민센터에선 청년층 외에 중·장년층도 투표했다는 증거 사진을 뜻하는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녀와 부모, 조부모까지 3대에 걸쳐 인증샷을 찍는 가족도 있었다.

전날 2천900여 명이 투표에 참가한 이 투표소에는 이날 3천677명이 찾아 한 표씩 행사했다.

용산역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오후 5시에 100명 가까운 대기자가 늘어설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

마감 10여분을 앞두고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줄을 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용산역 직원들은 출근해 근무하다가 마감 3분 전에 뛰어오기도 했고, 투표소를 지키던 경찰이 마지막 투표자로 줄을 섰다.

편치않은 몸을 이끌고 투표소로 나온 이들도 많았다.

홍모(46)씨는 병원 환자복을 입고 동대문구 청량리동 사전투표소에 나타났다.

홍씨는 "엊그제 몸이 안 좋아서 입원했는데 오늘은 좀 괜찮아서 잠시 외출했다"며 "환자복 입은 모습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쑥스럽기도 하지만, 기회가 있을 때 가까운 투표소에 들르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강남구 도곡1동 사전투표소에 시각장애인 남편 팔을 붙잡고 온 아내 김현선(52)씨는 "기표소 공간이 너무 좁아 남편이 불편해 보였다"며 "다음 주 대선일에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품고 사전투표에 참가했다.

강남구 도곡1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 온 대학원생 주제문(29)씨는 "청년 실업이 남 일이 아니라 어린이날 휴일인데도 마냥 웃지 못한다"며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후보를 찍었다"고 밝혔다.

초등학생 아들 2명, 생후 13개월 아들, 아내와 '투표 인증샷'을 찍던 임성중(40)씨는 "이렇게 딸린 식구가 많으니 이제 좋은 가장 노릇을 하고 싶다"며 "다음 대통령은 직장인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산부 황선미(29)씨는 "남편과 제주도로 태교 여행을 갔다가 오는 길"이라며 "신혼부부가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서울역에서 투표한 이경진(28)씨는 "정직하고 깨끗한 대통령이 당선되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번 대선에 주변의 관심이 매우 높다고 전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택시기사 차원구(51)씨는 "근처에 승객 모셔드리고 투표소가 보여서 잠시 시간을 내 투표했다"며 "10년 넘게 택시 일을 했지만, 손님들이 이렇게 선거 얘기를 많이 하는 적도 드물었다. 그만큼 이번 대선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은영(22)씨는 "친구들이랑 놀러 가기 전에 잠시 시간 내서 투표하고 나왔다. 어제 친구들 SNS에 투표 인증샷이 엄청나게 올라왔었는데 내 친구들이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싶었다"며 웃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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