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윙' 에어컨 실외기…소음 짜증에 화재 위험도
이른 무더위에 민원 잇따라…설치 규정 외면 '여전'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 "벌써 몇 년째 옆집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소음과 열기 때문에 우리 빌라주택 세대들이 창문을 열지 못하고생활하고 있습니다. 옥상으로 이전한다고 해놓고 아직도 그대로네요."
경기도 성남시 각 구청에는 여름철만 되면 이런 민원이 이어진다.
올해도 때 이른 더위로 비슷한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성남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 건축부서는 일찌감치 에어컨 실외기 지도점검에 나섰다.
성남시 수정구는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동 주민센터와 합동으로 무단으로 설치하거나 규정을 위반한 실외기에 대해 일제 조사를 벌인다.
이를 토대로 6월 말까지 자율적으로 시정조치하게 유도하고 7월부터는 단속으로 전환해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 소음 분쟁에 화재도 부쩍 늘어
구도심 단독주택이나 빌라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건물 앞부분은 물론이고 주택 사이 창문을 사이에 두고 외벽에 내걸린 실외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수원,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최근 들어 10평 안팎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이런 불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한 도시형 생활주택 거주자는 "옆 건물이 들어서며 햇볕도 들어오지 않고 통풍도 안 돼 답답한데 여름철이면 에어컨 실외기 소음까지 건물 사이 좁은 공간을 타고 들어와 너무 괴롭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상가 지역을 가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신·구도심 어느 곳이라고 할 곳도 없이 폭 1∼2m 건물 사이로 에어컨 실외기가 빼곡하다.
심지어 이런저런 '불편'을 피해 지하주차장 통로 한쪽에 실외기가 도열한 상가들도 적지 않다.
에어컨 실외기는 '윙∼윙' 대는 소음과 후끈 내뿜는 열기에 불쾌감을 주는 것은 물론 화재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로 인한 화재는 2015년 138건에서 2016년 222건으로 1.6배가 늘었다.
2015년 2억9천599만원 재산피해와 3명 부상이던 피해 규모도 지난해 9억5천255만원 재산손실에 사망 1명, 부상 10명으로 부쩍 증가했다.
게다가 장마철에는 물기와 습기로 인한 감전사고 위험까지 있어 국민안전처가 가로등, 신호등, 입간판과 함께 에어컨 실외기를 '접촉 주의' 대상으로 지목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2013년 업소용 에어컨 실외기 소음으로 이웃 주민 일가족 3명에게 소음 피해를 준 사업주에게 1인당 103만원을 배상하라는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나온 사례도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에어컨 실외기 소음과 열기로 인한 분쟁 사안에 대해 직접 현장 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 설치 규정 외면…"환기·청소 매년 한 번이라도 꼭"
건축물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일반주거지역과 상업지역에서는 에어컨 실외기는 도로(지상)에서 2m 이상 높이에 설치해야 한다.
실외기 배기구에서 나오는 열기가 인근 건축물이나 보행자에 닿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외벽에 배기구 또는 배기장치를 설치할 때에는 견고하게 연결하고 부식을 방지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하거나 도장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2013년 4월 30일 규칙 개정 이전에 설치된 실외기는 높이 기준에 맞추지 않고 지면에 두더라도 바람이 위로 향하게 덮개를 설치하면 적법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도심 상가들은 이런 규정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음식점이 몰려 있는 상가 주변에 LPG 통을 보관하거나 금연구역을 피해 담배를 피우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소방서와 한국전기안전공사에 따르면 에어컨 실외기는 환기와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과열된다. 이럴 경우 전선이 녹아 합선이 되고 불꽃이 먼지에 옮겨붙어 불이 커질 우려가 있다.
소음을 줄이려고 무조건 차단막이나 방음막을 설치하면 공기순환을 막아 과열될 수 있으니 냉매와 내부 진동 패드를 점검하고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기재해 분야 근무경력이 풍부한 임종민 한국전기안전공사 경남남부지사장은 "에어컨 실외기는 사용하기 전에 1년에 한 번 정도는 수북이 쌓인 먼지나 내부 이물질을 의무적으로 청소해야 한다"며 "다른 가전제품처럼 실외기도 수명이 있으므로 10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윤남엽 성남시 수정구 건축과장은 "갈수록 실외기 관련 민원이 증가해 올해는 앞당겨 사전 예방과 지도에 나서게 됐다"며 "주거환경 보호와 함께 화재 예방 효과도 있는 만큼 스스로 자율 점검하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