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축사전쟁' 끝날까…충북 5개 시·군 머리 맞대

입력 2017-05-06 07:17
지자체 '축사전쟁' 끝날까…충북 5개 시·군 머리 맞대

증평군 '가축사육 제한구역 지정' 제안…7월께 협의 시작될 듯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축사에서 풍기는 분뇨 악취는 날씨가 더워지고 바람까지 불면 더 지독하게, 더 멀리 퍼진다.

축사 인접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변두리 지역으로 축사를 옮기다 보면 이웃 지방자치단체 접경 지역으로 터를 잡는 경우가 많다.

축사에서 풍기는 고약한 악취 때문에 관내 주민들이 시달릴 것이 뻔하지만 이웃 지자체는 축사가 들어서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다.

이러다보니 인접 지자체 주민들끼리 반목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간 갈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축사 신축에 따른 지역 갈등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충북 증평군이 인접 지자체에 공조를 요청하고 나섰다.

증평군은 접경 지자체인 청주시와 진천군, 괴산군, 음성군에 '시·군 경계지역 가축 사육 제한구역 지정'을 공식 제안했다.

접경 지역 축사 신·증축을 제한하면 분뇨 악취로 인한 지자체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평군과 진천군은 축사 신축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축사가 많은 진천 초평면 용기리 축산농민이 지난 3월 돼지 3천마리를 키울 축사를 증평과 인접한 곳으로 이전을 추진하자 축사 예정지 주변 증평 주민들이 집단 반발했다.

다행히 이 농민이 축사 이전 용지를 다른 곳으로 물색하겠고 물러서면서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비슷한 사례가 재연될 여지가 많다.

증평군 관계자는 "시·군 접경 지역 가축 사육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어 인접 지자체가 공동 관리하면 쾌적한 삶을 원하는 이웃 지자체 주민들의 주거환경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평군은 지난 3월 관련 조례를 개정, 다른 시·군에 모범을 보였다.



시·군 경계 지역 건물 현황을 조사해 축종별 제한 거리를 두도록 하는 내용을 조례에 반영한 것인데, 돼지축사의 경우 접경지역 1.5㎞ 이내에 지을 수 없다.

청주를 비롯한 4개 시·군은 증평군의 이런 제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웃 지역 축사의 악취가 관할구역으로 넘어와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일이 언제든 생길 수 있어서다.

음성군 관계자는 "우리 역시 인근 지자체와 악취로 갈등을 빚는 경우가 있어 증평군의 가축 사육 제한구역 제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축 사육 제한구역의 범위다.

이미 접경 지역에서 1.5㎞를 기준으로 정한 증평군은 이보다 약간 짧은 1.2㎞로 제안했으나 나머지 지자체는 지나치게 과도한 규제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청주시와 진천군은 각 300m, 음성군은 접경지역 400m를 제한구역을 설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제한구역을 너무 넓게 설정하면 축사 건립 허용 면적이 크게 축소돼 축산농가의 집단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5개 시·군은 오는 7∼8월께 만나 가축 사육 제한구역의 범위, 조례 개정 시점을 논의할 계획이다.

증평군 관계자는 "축사 건립 허가 때 분뇨 악취가 인접 지자체 주민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협의를 거쳐 축사 제한구역 범위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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