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슈] '개발의 역설' 소래포구 개발 놓고 상인-남동구 '갈등'

입력 2017-05-08 09:00
[지역이슈] '개발의 역설' 소래포구 개발 놓고 상인-남동구 '갈등'

상인 "해수·전기 없이 영업 못 해" vs 남동구 "임시 좌판상점에 공급 안 돼"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인천 소래포구 현대화사업을 앞두고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과 남동구가 갈등을 빚고 있다.

8일 소래포구 상인회에 따르면 지난 3월 화재사고로 피해를 본 어시장 상인들은 지난달 영업을 재개했지만, 해수(海水)와 전기를 공급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남동구가 무허가 좌판상점(고정식)을 불허하면서 해수와 전기가 끊긴 탓이다.

상인들은 생계를 이어가고자 임시 좌판상점(이동식)을 설치하고 해수를 인근 점포에서 빌려 영업을 한다. 전기공급이 끊겨 해가 저물면 장사를 할 수 없다.

상인들은 화재사고로 큰 피해를 본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손님 발길도 크게 줄자 울상이다.

상인 A(62·여)씨는 "전기가 끊긴 탓에 냉장고 등을 사용할 수 없어 대게 등 외래어종 수산물을 팔 수 없다"며 "말린 생선 등 대체 수산물을 팔고 있지만, 화재사고 이후 손님이 뚝 끊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며 하소연했다.

남동구도시관리공단은 해수공급은 화재사고로 끊긴 것이지 일부러 공급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단 관계자는 "해수공급시설이 모두 불에 타 버려서 공급이 중단됐다"며 "현재 임시 좌판은 이동식이라 시설을 설치할 수도 없다. 설치가 가능하다고 해도 남동구가 장기적으로 어시장 내 좌판을 모두 철거하기로 방침을 세운 만큼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동구는 소래포구의 잇따른 화재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좌판상점 철거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보고 있다.

좌판상점이 모인 어시장은 소방시설이 미비한 데다 전깃줄이 얼기설기 뒤엉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한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18일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발생해 좌판 244개, 점포 15곳, 기타시설 9곳을 잿더미로 만든 화재사건의 원인은 '누전'으로 추정됐다.

앞서 2010년 1월 11일과 2013년 2월 13일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각각 발생한 화재는 변압기 용량 부족과 과 전력 현상이 지목됐다.

남동구는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좌판상점을 모두 철거하고 인접 지역(3천500㎡)에 2층 건물을 세워 상인들을 입주시키는 '어시장 현대화사업(2020년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남동구 관계자는 "소래포구 어시장 현대화사업은 소래포구가 국가 어항으로 지정되면서 종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라며 "임시 좌판상점에 해수와 전기를 공급하는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김용희(63·여) 소래포구발전협의회 부회장은 "현대화사업에 동의하지만, 개발이 시작되기까지 2∼3년간 해수와 전기 없이 영업할 수는 없다"며 "소래포구를 명소로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남동구가 상인들의 어려움을 헤아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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