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29)분야별 컨트롤타워에 권한주고 책임 맡겨야

입력 2017-05-07 07:00
[새 정부 과제](29)분야별 컨트롤타워에 권한주고 책임 맡겨야

박근혜 정부 경제사령탑 기능 부재로 구조조정 결정 지연

부활한 사회부총리도 유명무실…안보실 '옥상옥' 비판도 제기

각 분야별 지휘체계 분명히 하고 令 설 수 있는 시스템 구축 필요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박대한 고유선 기자 =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출범하면서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된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켰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직을 신설했다. '책임총리'를 정점으로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가 포진한 삼두체제를 구축했다.

외교·국방·안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도록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내내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제부총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가 하면, 사회부총리는 인사와 예산 관련 권한이 없다 보니 현안 조율에 뚜렷한 한계를 노출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외교안보수석실과의 업무 영역이 불투명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직제 교통정리와 함께 분야별 컨트롤타워에 인사 및 예산 관련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충분한 임기를 보장해 책임지고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전문성+비전' 갖춘 경제부총리에 경제정책 일임해야" = 박근혜 정부가 경제부총리제를 부활시킨 것은 경제정책과 조세, 예산 기능을 모두 갖춘 기재부 장관이 경제 분야만큼은 책임지고 진두지휘하라는 의미였다.

이에 맞춰 차관급이 주로 참석하던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장관급이 참가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로 격을 높였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경기 부진이 길어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산업·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된 지난해 상반기였다.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이 서로 입장이 달라 진통을 겪자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과 물류대란, 대우조선해양[042660] 추가지원을 두고 불거진 금융위원회와 산업자원부 간 이견 등으로 부처 간 조율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8·25 가계부채 관리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에도 각 부처가 정리되지 않은 말들을 쏟아내 시장 혼란을 부추기자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기재부와 경제부총리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경제부총리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찾고 구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식견을 갖춘 이를 부총리에 앉혀 경제정책만큼은 책임지고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기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신성장동력을 찾고 더 늦기 전에 구조 혁신의 초석을 다지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경제 전문성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장기적인 식견과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대통령이 없다 보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등 대외적 압박을 해결하는데 경제부총리의 역할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체제가 갖춰지면 청와대 및 다른 부처와 협조해 부총리가 이러한 대외변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총리의 충분한 임기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영삼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경제부처 장관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2개월 남짓이었는데 경제부총리 임기는 오히려 한 달가량 짧아 경제 컨트롤타워이자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홍 교수는 "경제부총리의 충분한 임기를 보장하고 정치적 견해를 떠나 효율적이고 중장기적인 경제정책 수립과 운영을 적극적으로 지원, 국민들에게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 "사회부총리 권한 강화하는 방향의 개편 필요" =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부활한 경제부총리와 달리 교육·사회·문화 분야를 총괄하는 사회부총리직은 2014년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신설됐다.

경제부총리가 책임지는 경제 분야와 달리 비경제 분야에서는 현안을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부터 인적자원개발기능을 총괄·조정하는 교육부총리가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사라졌다.

6년여 만에 사회부총리직을 신설하면서 청와대는 단순히 부총리 자리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에 책임을 맡겨 내각을 관할토록 함으로써 책임행정을 펼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부총리가 사회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크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사회관계장관회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민생·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안건이 아니거나, 부총리의 조정이 필요할 만큼 부처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안건도 적지 않았다.

자유학기제 학생 체험활동 지원 방안 논의(2015년 1월), '문화가 있는 날' 혜택 확대를 위한 범부처 협의(2015년 5월), 위해우려종 생물 지정 논의(2015년 7월),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범부처 협력 논의(2016년 8월) 등이 그 예다.

이에 비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이로 인해 확산한 '케미포비아', 미세먼지 대책 등 최근 사회분야의 주요 이슈로 불거졌던 민감한 사안은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거나 아예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일각에서는 교육·고용·노동·복지·여성·환경 등 사회부총리 업무가 경제 분야에 비해 비교적 독립적이고 성격이 다양해 효율적인 정책 조율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부총리처럼 타 부처에 대한 예산권을 쥐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책임만 있을 뿐 권한이 거의 없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사회부총리에게 조직·인사 관련 권한을 주는 등 권한을 대폭 늘리거나 교육부가 아닌 행정자치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직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황윤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사회적 형평성 강화와 복지가 중요한 어젠다가 된 시대이므로 사회부총리의 위상과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관을 겸직하지 않는 사회부총리를 두거나 행정자치부 장관이 부총리를 겸직하게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사회부총리에게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일원화하고 부처에 권한 줘야" =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었지만 이 역시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비서실장 산하의 외교안보수석실과의 업무 영역이 불분명해 '옥상옥'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안보수석실은 통일·외교·국방 비서관을 휘하에 두면서 각 부처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고 필요한 지시를 내린다.

안보실은 정책조정비서관과 안보전략비서관, 정보융합비서관, 사이버안보비서관, 위기관리센터장 등 비서관 5명을 거느리고 있지만, 실제 외교안보부처에서 벌어지는 '현장'과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안보실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외교안보수석실의 도움이 필수적이지만, 직제상 외교안보수석실은 안보실이 아닌 비서실 소속이다.

외교안보수석은 안보실 2차장을 겸하고 있어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두 명 모두 직속상관인 셈이다.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외교안보부처의 한 당국자는 "사안에 따라 외교안보수석의 보고라인이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으로 이원화돼 있다 보니 복잡한 사안이 발생하면 다소 혼란스런 상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직제상 컨트롤타워를 분명히 하는 것 못지않게 청와대와 각 부처, 또 부처 간 원활한 소통도 중요하다.

외교안보 사안은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 등 부처별로 시각이 다른 경우가 많다. 치열한 토론과 면밀한 이견 조율을 통해 정책이 수립돼야 하는 이유다.

이런 과정이 이뤄지는 자리가 청와대 외교안보 참모와 통일·외교·국방장관, 국정원장 등이 참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다.

현 정부에서도 NSC 상임위는 수시로 열렸다. 그러나 사드 배치, 개성공단 중단 등 굵직한 외교안보 현안을 결정할 때 NSC 상임위에서 진지한 토론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다.

일부에선 청와대가 이미 내린 결론을 각 부처에 통보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부처 간 기본적인 업무협조도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실제 최근 한 외교안보부처의 장관이 방한한 외국 고위인사와의 면담을 추진했는데 부처 간 의사소통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아예 면담 의사조차 전달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청와대가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는데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결정해 부처에 하달한 것이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였다"라며 "각 부처에 재량권을 주고 유기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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