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비중 2.3% 불과"

입력 2017-05-07 06:01
"국내 상장사 자사주 소각 비중 2.3% 불과"

김우진 서울대 교수 "취득·처분에 비해 소각 안해"

"자사주, 지배주주 경영권 보호에 주로 활용"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 우리나라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취득한 뒤 소각하지 않고 대부분 보유하거나 재매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많은 선진국과는 달리 자사주가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 보호에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벌기업들이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이용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는 상법개정안이 지난해 발의되고,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을 포기하고 자사주 전량 소각 결정을 내린 것과 무관치 않은 분석이어서 눈길을 끈다.

7일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등이 한국증권학회지에 발표한 '한국 기업의 자사주 처분 및 소각에 관한 실증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모든 제조기업이 12년간(2004∼2015년) 시행한 자사주의 취득·처분·소각 활동 가운데 소각은 174건으로 집계됐다.

12년간 연간 상장사 수를 더한 7천428개 중 소각 활동을 한 기업 수의 비중을 계산한 소각 활동 비중은 평균 2.3%에 불과했다.

이는 자사주의 취득(1천904건, 25.6%)과 처분(1천460건, 19.7%)에 비해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김우진 교수는 "자사주 취득과 처분에 비해 소각 활동이 매우 드물게 일어난다는 것은 자사주 취득을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간에 기업들이 소각한 자사주는 이 회사 전체 상장주식 수의 평균 5.6%(750억원)였다. 이는 기업들이 취득한 자사주가 전체 상장주식 수의 2.6%(339억원), 처분한 자사주가 상장주식 수의 3.2%(332억원)였던데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런 결과는 국내 상장사들의 소각 건수는 적지만, 일단 소각을 하기로 한 경우 그 규모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기업들은 취득한 주식의 절반가량을 처분하고 3분의 1은 연말까지 보유하는 경향을 드러냈다.

또 기업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취득한 자사주를 보유하기보다는 처분하는 경향이 강했고 지배구조(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점수)가 좋거나 배당을 많이 하거나 이사회의 평가가 좋을수록 자사주 소각을 많이 했다.

상장주식 수 대비 처분 주식 수가 10% 이상인 대규모 처분건의 경우 지배구조가 낙후될수록, 특히 감사기구가 적절히 작동하지 않을수록 자사주를 처분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에서는 자사주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큰 반면, 지배구조가 좋지 않을수록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의 자사주 처분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결과가 자사주의 제3자 매각 시에도 신주발행과 유사한 주주 평등의 원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에 실증적인 타당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독일, 일본, 영국 등 다수의 선진국에서 자사주의 취득과 처분에 대한 주주의 이해를 중요한 법적 권리로 보고 자사주 처분을 신주발행과 동일한 절차에 따르도록 하는 등 기존 주주의 지위를 보호하고 있다.

<표> 자사주 취득·처분·소각 현황(200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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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도 │ 전체 │ 취득│ 처분│ 소각│

│ │ 표본 ├───┬───┼───┬───┼───┬───┤

│ │ │표본수│ 활동│표본수│ 활동│표본수│ 활동│

│ │ │ │ 비중│ │ 비중│ │ 비중│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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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7,428│ 1,904│ 25.6│1,460 │19.7 │174 │ 2.3│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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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 562│ 200│ 35.6│129 │23.0 │29│ 5.2│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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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 599│ 123│ 20.5│167 │27.9 │19│ 3.2│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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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 612│ 167│ 27.3│142 │23.2 │18│ 2.9│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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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 620│ 188│ 30.3│155 │25.0 │18│ 2.9│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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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 618│ 212│ 34.3│109 │17.6 │9 │ 1.5│

│ │ │ │ │ │ │ │ │

│ │ │ │ │ │ │ │ │

├───┼───┼───┼───┼───┼───┼───┼───┤

│2009 │ 519│ 156│ 30.1│130 │25.0 │11│ 2.1│

│ │ │ │ │ │ │ │ │

│ │ │ │ │ │ │ │ │

├───┼───┼───┼───┼───┼───┼───┼───┤

│2010 │ 638│ 167│ 26.2│132 │20.7 │14│ 2.2│

│ │ │ │ │ │ │ │ │

│ │ │ │ │ │ │ │ │

├───┼───┼───┼───┼───┼───┼───┼───┤

│2011 │ 640│ 158│ 24.7│118 │18.4 │13│ 2.0│

│ │ │ │ │ │ │ │ │

│ │ │ │ │ │ │ │ │

├───┼───┼───┼───┼───┼───┼───┼───┤

│2012 │ 669│ 142│ 21.2│105 │15.7 │9 │ 1.3│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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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665│ 133│ 20.0│109 │16.4 │11│ 1.7│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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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652│ 131│ 20.1│98│15.0 │10│ 1.5│

│ │ │ │ │ │ │ │ │

│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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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 634│ 127│ 20.0│66│10.4 │1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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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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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표본은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제조업) 수, 취득,처분,소각 표본수는 활동별 기업수, 활동비중은 전체표본(기업) 중 각 활동이 있었던 표본수(기업)의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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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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