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밀월은 '짧은 정략결혼'…中 대북압박 단기적"

입력 2017-05-04 11:48
"트럼프·시진핑 밀월은 '짧은 정략결혼'…中 대북압박 단기적"

NYT "트럼프 대북 제재 공조 원하지만, 북중 관계 단절은 없을 것"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매우 특별한, 지금까지와는 매우 다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대립각을 세워온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례적일 정도로 우호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그 밀월은 '단기 정략결혼'으로 끝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대북 제재에서 중국의 협조를 끌어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포기를 끌어내려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지만, 그 목적은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북한과 외환 거래를 하는 중국 기업을 전면적으로 단속하고,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중국의 원유 공급을 중단하길 원한다. 하지만, 그 단속이나 공급 중단은 부분적이거나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중국 인민대학의 국제정치학 교수인 시인홍은 "중국이 상황을 해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중국은 핵무장 국가인 북한을 적으로 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친근감과 개인적인 관계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이 시 주석의 마음을 얻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지도자의 위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플로리다 주에서 한 정상회담 후 나흘 뒤, 그리고 4월 23일 또다시 전화를 걸어 북핵 문제를 논의한 것에 대해 시 주석은 별로 반기지 않았다고 한 중국 관료는 전했다.

이 관료는 "중국 주석은 정책의 틀을 만드는 사람이지, 과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점검받는 사람이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들이대는' 스타일을 비판했다.

집권 초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밀월을 즐겼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전철을 트럼프 대통령이 밟을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부시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후 "내가 그의 눈을 보았을 때 나는 그가 매우 솔직하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의 영혼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회고록에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그를 순진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을 뿐"이라며 "우리는 대통령이 순진하게 푸틴을 믿었고, 결국 배신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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