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실수 때문에…'복싱 꿈나무' 눈물

입력 2017-05-04 11:34
어른들의 실수 때문에…'복싱 꿈나무' 눈물

인천시협회, 체급 오기에 정정 기간까지 놓쳐 대회 출전 무산 위기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어른들의 실수 때문에 애꿎은 '복싱 꿈나무'가 피해를 보는 일이 생겼다.

인천 지역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오는 27일부터 나흘간 충남 아산에서 열리는 제46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출전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소년체전은 초중고 체육 꿈나무에게는 가장 큰 규모의 대회다.

하지만 최근 A군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접해야 했다. 인천시복싱협회(이하 협회)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협회는 미들급(75㎏)인 A군을 21㎏ 가벼운 밴텀급(54㎏)으로, 반대로 밴텀급인 B군을 미들급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이후 닷새간의 정정 기간이 있었지만 이러한 행정 착오를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대진 추첨을 하고 나서야 두 선수의 체급이 바뀌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협회 측에서는 인천시체육회를 통해 정정을 요구하고, 소년체전을 주최하는 대한체육회에도 문의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4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내부 논의를 거쳤지만, 대진을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정 기간까지 줬고, 규정에도 전산 입력이 마감된 이후에는 수정할 수 없다고 돼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 측에서도 책임을 통감했다. 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져 진심으로 안타깝다"며 "자체 진상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A군이 다니는 중학교에는 복싱부가 없다. 그런데도 A군은 지난해까지 자신의 힘으로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학교 측에서는 지원해주기로 했고, A군은 지원에 보답하듯 지난해 12월, 올해 4월 두 번의 전국대회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따냈다.

A군과 B군 모두 이번 소년체전에서 메달 획득을 꿈꾸는 학생이었으나 협회 측의 허술한 일 처리로 그 꿈이 좌절될 위기에 몰렸다.

A군의 지도교사는 "A군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미래의 복싱 국가대표 꿈을 키워왔다"며 "학생이 좌절하지 않고 계속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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