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만경봉호 블라디보스토크 취항…북·러 가까워지나(종합)
中과 소원해진 北, 원유 등 대러 경협 가속…유엔 제재 구멍?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김보경 기자 = 북한과 중국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치닫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가 양국 간 해운 정기항로를 신설하는 등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4일 요미우리(讀賣)신문,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한 만경봉호의 나진-블라디보스토크 신설 항로 취항이 오는 17일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월 6회씩 왕복 운항할 예정인 만경봉호는 한 번에 승객 200명과 화물 1천t을 실어나를 수 있다.
만경봉호는 애초 이달 8일 나진항을 출발해 9일 블라디보스토크에 처음 입항할 예정이었지만 항만시설 이용허가가 늦춰지면서 취항이 연기됐다.
만경봉호 운항을 맡은 러시아 해운회사 인베스트 스트로이 트러스트사는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시설 이용허가를 받는 데 시간이 걸려 취항을 연기했다"며 첫 출발이 17일 이후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 항로 외에도 원산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연결하는 새 항로 개설도 검토 중이다.
인베스트 스트로이 트러스트의 블라디미르 바라노프 사장은 지난달 26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인터뷰에서 만경봉호가 나진-블라디보스토크 간을 월 6차례 왕복 운항할 것이며 앞으로 항로를 원산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압박을 받은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 중단 카드까지 고려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톰슨로이터 데이터베이스 이콘의 선적 자료를 인용, 북한 국적 운반선들이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북한 동해안 항구 사이를 꾸준히 오가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지난달 27일에만 북한 원유 운반선 5척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입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해 원유를 제외한 석유와 가스 약 310만 달러어치를 북한에 수출했다.
이에 '혈맹'이었던 북·중 관계의 균열을 틈타 북·러 간 밀착이 가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북제재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규탄하는 성명을 채택하는 것을 거부한 데 이어 북한 노동자도 이전보다 많이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등 서방국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북한 노동자 유입을 중단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지난달 21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를 향해 "책임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서 행동하길 바란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도 불구, 러시아의 대북 경제협력 추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런 러시아의 정책은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에 구멍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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