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정치색'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 경질

입력 2017-05-03 21:27
'노골적 정치색' 미국 헤리티지재단 회장 경질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미국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재단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협력하는 등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힘써온 짐 드민트 회장을 축출했다.

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헤리티지재단 이사회는 이사 22명 만장일치로 드민트 회장의 해임을 요청해 사직서를 받았다.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재단 설립자 에드윈 퓰너가 회장을 맡는다.

재단 이사회의 토머스 손더스 3세 회장은 성명에서 "헤리티지재단 전체의 종합적이고 독립적인 검토 끝에 내부 커뮤니케이션과 협력을 무너뜨린 중대한 경영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재단은 많은 성공을 이루는 동안 짐 드민트와 그의 가까운 소수 측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고 덧붙였다.

WP에 따르면 이사회와 드민트의 불화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드민트가 2013년 회장으로 올 무렵 시작했다. 이때부터 드민트는 헤리티지재단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늘리는 데 힘썼다.



헤리티지재단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정책 '오바마케어'에 반대하면서 공화당 의원들에게 정부 예산안에 반대투표를 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일부 공화당 의원은 '자멸 행위'라며 재단의 압력에 반발했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는 트럼프 대선 캠프와 인수위에 정책과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으며, 백악관의 2018년 예산안 수립도 도왔다.

트럼프 대통령 측과 협력하면서 재단 인지도는 높아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을 보수 전통과 맞지 않는 인물로 생각해온 일부 보수 학자들은 재단에서 밀려났다.

드민트는 재단 설립자 퓰너와도 갈등을 겪었다. 퓰너는 정치 행동을 강조한 드민트가 보수 세력의 지적인 발전에 이바지하는 재단 본래 역할을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우려했다고 WP는 전했다.

회장 자리에서 쫓겨난 드민트는 성명을 내 이사회가 그의 지난 4년간 업적을 칭찬하고 연간 실적 보너스도 승인했다며 해임 결정이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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