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방'보다 '명품가전'…가전 '비수기' 없앤 비결

입력 2017-05-06 08:27
'명품가방'보다 '명품가전'…가전 '비수기' 없앤 비결

가격 아무리 비싸도…"우리도 이렇게 잘팔릴지 몰랐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사업이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1분기에도 선전했다. 특히 LG전자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인 11.2%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제품 판매량이 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고급 기능을 갖췄지만 가격이 비싸다. '가성비'만 따지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제품이지만 이제는 대접이 달라졌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4년 최고급 가전 라인 '셰프 컬렉션'을 출범했다. 셰프컬렉션 냉장고 가격은 800만원대로, 다른 회사의 동급 냉장고보다 2∼4배가량 비싸다.

작년에 출시한 '무풍(無風) 에어컨'도 '대박'을 쳤다. '바람 없이도'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이 제품은 에어컨의 찬바람을 싫어하는 이들에게 특히 인기였다.

퀀텀닷을 기반으로 화질을 대폭 개선한 'QLED TV'도 내놨다. 투명 광케이블을 적용해 TV와 주변기기를 연결하는 선들을 싹 없앤 신개념 TV '더 프레임'도 선보였다.



LG전자는 작년 3월 초프리미엄 통합 브랜드 'LG 시그니처'를 선보였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의 가격은 65인치형이 1천100만원, 냉장고는 850만원, 세탁기는 320만원이다. 시중 일반 모델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비싸다.

올해 새로 선보인 벽지처럼 얇은 TV '시그니처 올레드 TV W'의 출하가는 1천400만원으로, 어지간한 소형차 한 대 값이다.

"가전, 작품이 되다"라는 광고카피가 보여주듯, 가전'제품'이 아닌 가전'작품'이 되겠다는 포부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명품가방 대신 이들 가전제품을 갖고 싶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온다.

가격 경쟁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제품을 갖고 싶어하는 고소득층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도 이렇게 잘 팔릴지 예상 못했다"며 "불경기라고 하지만 제품만 좋다면 얼마를 주더라도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소비자층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외산 제품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탈리아 브랜드 '스메그'의 주력 냉장고 제품인 'FAB28'은 문짝이 하나인 276ℓ 용량인 소형이지만, 가격은 250만∼400만원대나 된다. 비슷한 크기의 일반 냉장고의 3배다.

주로 젊은 고소득 싱글족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 기능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진 게 없지만, 인테리어 소품처럼 여겨지면서 '디자인 가전'의 선두주자로 평가받는다.

독일 가전인 밀레는 '가전업계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초창기 국내 강남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빌트인 제품을 중심으로 진출했지만 점차 고객층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 보급률로만 치면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른 만큼, 마냥 판매량 확대로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제약이 있다"며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자체 수익성도 높고, 하위 제품군의 가격도 보장할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인에 집중하는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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