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도 '중국에 기우나'…美-아세안 외무장관 회담 불참
이달 중순 중국의 '일대일로' 포럼 초청에는 응할 듯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국과 서방을 양측에 두고 '균형외교'를 펴온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국-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 불참한다.
반면, 수치는 이달 중순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포럼에는 참석할 예정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유럽을 방문 중인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4일부터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미국-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미얀마 국가자문역실의 저 타이 대변인은 "수치 자문역은 유럽연합(EU) 방문 일정으로 인해 미국에 가지 않는다"며 "이 회의에는 수치 자문역을 대신해 타웅 툰 국가안보고문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이번 워싱턴 회담은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아세안 10개 회원국 외무장관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개최된다.
특히 최근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사태에 관해 우호적인 의장성명을 끌어낸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또다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가 다뤄진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런 중요한 회의에 최고 실권자인 수치가 불참하는 것이 중국의 대(對) 미얀마 영향력 확대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미얀마는 틴 초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중에 2년간 유예됐던 771㎞ 구간의 송유관 가동의 길을 열었고, 에너지, 사회기반시설 등 8개 항의 개발 협력에도 합의했다.
또 미국의 초청을 거절한 수치가 중국이 주최하는 일대일로 포럼에는 참석할 예정이어서 이런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고대 실크로드를 따라 무역과 투자 확대를 추진하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역점 사업으로 중국은 이달 중순 세계 정상들이 참석하는 일대일로 포럼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관측을 경계했다.
미얀마 외무부의 초 제야 사무차관은 "우리는 특정 국가와의 관계를 훼손시키면서까지 다른 나라와 관계를 개선하려 하지 않는다"라며 수치 자문역의 워싱턴 회담 불참이 중국을 의식해 미국과의 관계를 냉각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수치 자문역은 전날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대표와 회담한 뒤, 미얀마군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대상 '인종청소' 논란을 부인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조사단 파견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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