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검사 "지중해 NGO-난민 밀수업자 공모 증거 발견 못 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검찰이 지중해에서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일부 비정부기구(NGO)가 리비아의 난민 밀수업자들과 공모하며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이탈리아 검찰이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난민들의 주요 관문이 되고 있는 시칠리아 섬 시라쿠사 검찰의 프란체스코 파올로 조르다노 검사는 2일 상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우리는 NGO와 난민 밀수업자가 은밀하고, 불법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런 말은 "일부 NGO와 리비아의 난민 밀수꾼들이 직접 접촉하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는 카타니아 검찰청의 카르멜로 주카로 수석검사의 최근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주카로 검사는 지난 달 23일 발행된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와의 회견에서 "일부 NGO는 리비아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으며, 몇몇 NGO는 아마도 리비아 영해로 넘어가는 것을 은폐할 목적으로 무선 송신기를 꺼두기도 한다"며 "이는 모두 확인된 사실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의혹은 국경없는의사회(MSF)나 세이브 더 칠드런과 같은 이름이 알려진 역사가 긴 NGO에는 해당 사항이 없으며, 몰타의 MOAS나 독일, 스페인 등을 근거지로 한 소규모 신생 NGO에 국한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목숨을 걸고 유럽행을 감행하는 난민 행렬이 이어지며 '난민들의 무덤'으로 변한 지중해에서 현재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일조하고 있는 신생 NGO는 10개 안팎으로 추산된다.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된 NGO들은 주카로 검사의 발언이 전해지자 "인도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난민들을 바다에 수장시키고 있는 무책임한 유럽 각국 정부를 대신해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NGO들이 구조 작업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모략"이라고 분개했다.
반면, 이탈리아 야당들은 주카로 검사에 동조하며 NGO와 난민 밀수업자의 '짬짜미'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지난 3년 간 이탈리아에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 등지에서 약 50만명의 쏟아져 들어오며 사회적·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탈리아 가톨릭주교회의(CEI)에서 난민 지원 조직을 이끌고 있는 잔카를로 페레고 몬시뇰 주교는 일부 정치인들이 NGO와 난민 밀수업자의 공모 의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그는 "난민들이 이중으로 희생되지 않도록 사법당국이 경각심을 갖는 것은 올바른 일이지만 지중해에서 난민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헌신하는 NGO를 근거없이 정치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위선적이고, 부끄러운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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