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명가' 삼성, 마지막 고비 못 넘었지만 '멋있는 패자'
6강·4강 플레이오프 명승부에 이어 챔피언결정전도 선전
11년 만에 우승 도전은 물거품 됐지만 다음 시즌 기약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농구 서울 삼성이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지고도 팬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삼성은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6차전 안양 KGC인삼공사와 경기에서 86-88로 패해 2승 4패로 준우승했다.
2008-2009시즌 이후 8년 만에 다시 오른 챔피언결정전 무대였으나 또 준우승으로 마무리했다.
2007-2008시즌, 2008-2009시즌에도 연달아 준우승하는 등 최근 세 차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웃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은 이날 패하고도 경기장을 가득 메운 5천500여 팬들의 따뜻한 위로의 박수를 받았다.
사실 삼성이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지난 시즌 우승팀 고양 오리온과 '슈퍼 루키' 이종현을 지명한 울산 모비스, 최장신 센터 하승진과 안드레 에밋 등을 보유한 전주 KCC, 그리고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상대였던 인삼공사 정도가 '4강'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마이클 크레익 등 두 명의 '덩치 듀오'가 위력을 발휘했고 트레이드로 영입한 가드 김태술이 예전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선보이며 삼성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문태영, 임동섭, 김준일 등 포워드 진들의 활약이 더해져 정규리그 내내 인삼공사, 오리온 등과 함께 선두 경쟁을 벌였다.
시즌 막판 팀이 전체적으로 내림세를 보이는 바람에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삼성은 플레이오프부터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6위 인천 전자랜드와 6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는 1승 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했고, 2위 오리온을 상대한 4강 플레이오프(5전 3승제)에서는 먼저 2승을 거뒀다가 2패를 당하는 우여곡절 끝에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선수들은 한 달 이상을 이틀에 한 번꼴로 경기를 해야 하는 험난한 일정이었으나 삼성 팬들에게는 연일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감상하는 '봄의 농구 축제'가 됐다.
정규리그 1위 인삼공사를 상대한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대부분 전문가는 인삼공사의 우위를 점쳤다.
6강을 건너뛰고 모비스와 4강 역시 세 경기 만에 끝낸 인삼공사가 무려 10경기를 치르고 올라온 삼성에 비해 체력에서 앞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삼성은 5차전까지 인삼공사와 매 경기 승리를 주고받는 접전을 벌였다.
역시 라틀리프가 6강 플레이오프부터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더블더블을 달성하는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이상민 감독도 사령탑 부임 3년 차에 '스타 선수 출신은 명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속설을 이겨내고 삼성을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이날 6차전에서 다시 한 번 '벼랑 끝 대반격'을 도모했던 삼성은 결국 객관적인 전력과 체력의 열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즌이 됐지만 삼성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음 시즌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남들보다 시즌 종료가 늦은 데다 김준일, 임동섭이 입대하고 문태영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올해 정상 일보 직전에서 분루를 삼킨 삼성의 다음 시즌 성적표는 무엇으로 채워질 것인지 1년 뒤의 결과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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